이런 저런 생각-김주완/김주완 자료실

서명용으로 딱 좋은 레트로51 토네이도 만년필

기록하는 사람 2010. 4. 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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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글 쓰는 것과 술 마시는 것을 빼고 취미가 있다면, 딱 하나 좋은 필기구를 수집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 소득에 비해 만년필이나 볼펜 구입에 적지 않은 돈을 썼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쇼핑몰이나 면세점에서 주로 머무는 곳도 필기구 코너다.

지금까지 갖고 있는 것 중 몇 개를 자랑하자면 몽블랑 쇼팽 만년필과 볼펜 세트, 파카 소네트 등 4종류, 쉐퍼, 워터맨, 크로스, 세일러 등 약 30여 자루의 만년필과 볼펜이 있다.

특히 신문사에서 지역신문발전위 지원 기획취재를 할 때는 인터뷰 사례를 대신한 선물로 파카 조터스 만년필 50여 자루를 구입해 취재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내 사비로도 몇 자루를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으니 이 정도면 초보 마니아 정도는 될 듯 하다.


필기구를 좋아하다 보면 그걸 쓰기 위한 질감좋은 종이를 쓴 노트도 좋아하게 된다. 그래서 시아크나 몰스킨 등 비싼 노트를 쓰기도 하는데, 이번에 티스토리에서 우수블로거들에게 몰스킨 노트를 보내준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다 받은 모양인데, 나는 아직 못받았다. 그래서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야기가 잠깐 빗나갔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위드블로그에 만년필 리뷰 캠페인을 한다는 공지가 떴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시사블로거는 웬만해선 상품리뷰 참여를 않지만, 이번만은 꼭 해야 되겠다 싶었다.

다행히 리뷰어로 선정됐다는 메일이 왔고, 이윽고 만년필이 도착했다. 레트로51 토네이도 락카 크롬트림이라는 제품이었다.


사실 필기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레트로51이란 브랜드는 처음 봤다. 아마 미국 회사인듯 한데, 펜과 함께 가죽제품 등을 1940~50년대 스타일로 제작하는 회사인 모양이다. 51이란 1951년에 설립된 회사라는 뜻이다.

만년필은 꽤 고급스러웠다. 무게감도 딱 적당했다. 나에겐 빨간색이 왔는데, 디자인이 심플한듯 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화려하기도 했다.


특히 화려한 건 위의 뚜껑 머리 부분이었다. 금속과 유리재질이 적당히 조화를 이뤄 은빛이 더욱 돋보였다.


이 뚜껑 윗부분의 디자인 만으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만년필이었다. 첫인상이 참 좋았다.


위쪽에서 보면 가운데 붉은 부분도 유리재질로 되어 있다.


처음 포장을 열었을 때 모습이다. 둥근 봉처럼 필통이 감싸져 있고, 만년필이 다시한번 펜케이스에 들어 있다.


컨버터는 따로 없고, 그냥 이렇게 카트리지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웬만한 만년필은 컨버터와 카트리지 겸용이지만, 지금까지 내 습관상 카트리지를 쓰는데 익숙해지면 컨버터는 아예 무용지물이므로 뭐 상관없다.


글을 써봤다. 필기감이 상당히 부드럽다. 그도 그럴 것이 펜의 굵기가 파카 소네트 정도였다. F촉 보다는 M촉에 가까웠다. 그래서 깨알같은 작은 글씨를 쓰기보단 큼직큼직하게 쓰는 버릇의 사람에게 알맞았다. 또는 서명용으로 써도 좋겠다.

아쉬웠던 것은 펜의 굵기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더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촉의 모양 또한 아무래도 파카 소네트를 닮았다. 그래서 중후하고 클래시컬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만년필을 열고 뚜껑을 씌우면 영 불안하다는 것이다. 뚜껑이 회전식으로 열리는 건 고급만년필의 특성이라 이해해줄 수 있지만, 뒤꽁무니에 잘 들어가지 않는 건 좀 문제다 싶었다. 끼우고 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쓸 때는 왼쪽에 뚜껑을 쥐고 오른손으로 쓰거나, 뚜껑을 따로 책상위에 내려놓고 쓰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처럼 밖에서 취재를 해야 하는 사람에겐 좀 맞지 않다. 아무래도 사무실 안에서 책상 위에 두고 쓰는 용도이거나 서명용으로 출시된 만년필로 보인다.

그래도 디자인과 필기감에 있어서는 거의 만점을 드리겠다. 소장용으로도 상당히 흐뭇한 만년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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