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벚나무 껍질은 왜 거무칙칙할까?

김훤주 2010. 4. 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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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는 창원대로나 공단로 따위에 벚나무가 가로수로 심겨 있습니다.

창원 벚나무를 두고 <경남도민일보>에서 취재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08년 4월 5일 보도가 됐습니다. 제목은요, '창원 벚나무가 유독 검은 까닭은?'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벚나무 껍질이 원래 어두운데다 매연까지 끼여서 더욱 검게 보인다, 매연은 비가 와도 잘  씻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디물이나 깍지벌레 같은 벌레들의 배설물이 들러붙게 하기 때문이다, 등등.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벚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껍질이 검게 변한다. 어릴 때는 옅은 밤색이나 갈색을 띠다가 세월이 오래될수록 검은 색으로 바뀐다."

진해역 벚나무도 껍질이 아주 어둡습니다.

며칠 전 진해역에 들렀다가 벚나무를 보니 당시 보도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그런 기사가 나간 적이 있지, 그렇다면 벚나무는 왜 갈수록 검어질까? 꽃은 저토록 화려찬란한데 말이야…….'

저는 원래 이런 자질구레한 일에 정신을 팔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한테서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얻어듣습니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갖고 자꾸 생각을 해 보는 것입니다.

저는 엄청나게 매달려 있는 벚꽃에 착안을 했습니다. 하늘하늘 벚꽃은 꽃잎이 얇아서 애처로울 정도로 환합니다. 저리 빛나는 벚꽃을, 벚나무는 봄을 맞아 잎을 밀어 올리기도 전에, 화악 뿜어내었습니다.

저렇게 온통 꽃을 뿜어내는데 나무가 진력을 하니까, 벚나무가 자기 몸통을 이쁘고 보기 좋게 가다듬을 여유가 몸에도 마음에도 없었던 것입니다.

어릴 때는 조그만 나무여서 꽃을 조금만 뿜었지만 늙어서는 뿜어내는 꽃이 크게 늘어나겠지요. 그래서 어릴 때는 밤색이나 갈색이던 몸통이 갈수록 거무틔틔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이를테면 '선택과 집중'입니다. 나무가 꽃도 아름답고 껍질도 아름다우면, 사람들 눈길을 하나로 끌어당기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같은 벚나무를 좀더 가까이서 찍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벚나무 몸통의 우중충함이 벚나무 꽃의 화사함을 더욱더욱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벚나무는 자기 껍질을 못나게 함으로써 더욱 빛나게 살아났습니다.

진해역에 있는 이 벚나무는 몇 살이나 먹었을까요? 저보다는 훨씬 많을 것 같은데, 100살이 다 돼 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벚나무는 500년 넘게도 사는 다른 나무와는 달리 100년 안팎이 정해진 수명이라 합니다.

왜 이리 일찍 숨을 거두느냐고요? 저토록 아름답고 빛나는 벚꽃을 무더기 무더기 내뿜어 올리느라고, 있는 힘 없는 힘 다 써먹기 때문이랍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자식 새끼 많이 보려고, 밤낮 구분없이 남자-여자가 뒤엉겨 거시기 하는 데 갖은 에너지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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