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톡톡 튀는 예비후보들 명함, 이건 어때요?

기록하는 사람 2010. 4. 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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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입니다. 6월 2일 지방선거일까진 아직 2개월이나 남았지만, 바뀐 선거법 덕분에 누구나 예비후보 등록만 하면 마음껏 명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웬만한 행사장에만 가도 수많은 예비후보들의 명함을 받게 되는데요. 대부분의 후보들 명함이 하나같이 비슷비슷하여 변별력이 거의 없더군요. 그래서 마지못해 받고서도 슬쩍 쓰레기통이나 적당한 곳에 버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경남에 사는 저는 가장 많이 받게 되는 게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예비후보 명함인데요. 얼마 전 전남 여수에 갔더니 거기는 온통 민주당 천지더군요. 가끔 국민참여당도 있었지만, 한나라당이 표기된 명함은 가뭄에 콩나듯 했습니다.

행사장 한 켠의 탁자 위에 버려진 예비후보의 명함들.


그런데, 여수에서 참 인상적인 명함을 몇 개 받았습니다. 명함을 받는 순간 어? 이게 뭐지? 하면서 저절로 한 번 더 보게 되는 명함이었습니다. 다른 예비후보들이 벤치마킹해도 좋을만한 아이디어 명함이었습니다.


위의 명함들이 최근 제가 마산, 창원, 그리고 전남 여수에서 받은 것들입니다. 이들 중 어떤 게 눈에 뜨이나요? 아래를 보시죠.


바로 이 네 장의 명함입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세 장이라고 해야겠네요. 한창진 예비후보의 명함은 약간 다른 듯 하지만 같은 명함이니까요.

이들 중 아직 예비후보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오현섭 여수시장의 명함도 참 특이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평범한 명함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게 펼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명함입니다.


펼치면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제목과 함께 박람회장 조감도가 나옵니다.

한 번 더 펼치면 무엇이 나오는 지 한 번 보겠습니다.


아,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자원들이 사진과 함께 나오는군요. 그리고 오른쪽에는 돌산갓김치와 생선회, 전복 등 대표적인 먹거리도 함께 나옵니다.


뒷면을 보면 이렇게 여수의 시화인 동백꽃과 오동도, 그리고 주소와 전화번호, 이메일이 적혀 있습니다. 어떤가요? 지방자치단체장이라면 이런 명함이 자기 지역을 알리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단체장의 지역사랑도 과시할 수 있고요.

다음에 인상적인 명함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남의 대표적 시민운동가이자 교사였던 한창진 씨의 교육의원 예비후보 명함입니다.


두 개의 명함 모두 콘셉트는 비슷한데요. 하나는 양복 상의를 입고 찍은 사진이고, 하나는 와이셔츠 차림입니다. 또 하나는 갈매기가 비상하는 모습이고, 다른 것은 갈매기가 하강하는 모습이죠.

특이한 것은 두 명함 모두 갈매기의 형상대로 위쪽을 곡선으로 재단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무심코 명함을 받았다가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획일적인 교육에 맞서는 의미로 '다 다른 교육'이라는 슬로건도 눈길을 끕니다.


갈매기는 여수시의 시조라고 합니다. 뒷면 아랫쪽에는 바다 위의 거북선도 보이고, 돌산대교도 보입니다. 한 눈에 딱 '여수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제 마지막 명함을 소개할 차례입니다.


이 분은 아마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는 여수시장 예비후보인데요. 명함의 외곽 형상이 아예 거북선 모양입니다. 알다시피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로 있을 때 이곳 여수시의 선소에서 건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북선은 여수를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명함에서 옥의 티가 하나 있더군요.


뒷면을 보니 그의 선거 슬로건이 적혀 있는데요. '이제는 여수가 교육이 희망입니다'라는 문구입니다. 문제는 이 짧은 한 문장 안에 같은 주격조사인 '가'와 '이'가 중복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고쳐쓰자면 '이제 여수는 교육이 희망입니다'라든지 '이제 여수가 교육의 희망입니다' 정도가 되겠네요. 아무래도 앞의 의미로 쓴 것 같은데, 조사를 잘 못쓰다 보니 비문(非文)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쨌든 이 분의 명함도 특이하긴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어떤 명함을 최고로 뽑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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