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동네 소식

절집을 뜯지 않고 통째로 옮기는 현장

기록하는 사람 2010. 3. 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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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내서읍 광산사, 요사채 1동 통째로 위치 이동

얼마 전 우리 지역의 블로거 3명과 함께 마산시 내서읍 신감리에 있는 광산사(匡山寺)라는 절을 구경하러 간 적이 있다.

광산사는 조계종 제14구 범어사의 말사로 신라 때 창건되었다고 한다. 신라 때 절이라면 상당한 고찰인데, 20여 년간 마산에 살면서도 처음 가봤으니 나도 참 무심하다. 데려다 준 천부인권 님과 달그리메, 실비단안개 님께 감사드린다.

물론 1950년 한국전쟁 때 불탄 것을 중창하였다고 하니 건물 자체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닌 것 같다. 다만 극락전의 목조보살좌상은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440호로 지정된 것이라고 하니 문화재적 가치도 있는 절인 모양이다.

절의 입지는 뒤로 적송이 우거져 있고, 좌우로 제법 높은 산이 푸근히 감싸고 있어 풍수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상당히 좋은 곳으로 보인다. 현존 건물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요사채 2동이 있고, 맞은편에는 근래에 지어진 듯한 원주실이 있다.


아래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광산사 모습이다. 앞에 보이는 곳이 원주실과 출입문을 겸한 건물이다. 출입문 위에는 '해탈문'이라고 한글로 적혀 있다.


주차장에서 광산사로 오르는 계단이다. 이 계단도 최근에 새로 보수한 것 같았다.


절 입구인 해탈문이다. 해탈문 안쪽으로 대웅전이 보이고, 그 뒤로 적송이 죽죽 솟아있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부처님이 모셔진 대웅전도 이곳에서는 '극락전'이라고 현판에 적혀 있다.

이 절에서 그날 특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바로 대웅전에서 볼 때 오른쪽 요사채에서 어떤 공사가 한창이었던 것이다. 새로 짓는 공사도 아니었고, 뜯는 공사도 아니었다.


작은 트럭이 서 있고 파낸 흙이 쌓여 있다. 도대체 이 건물을 어떻게 하려는 걸까?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의 위치는 다음 스카이뷰에서 봤을 때 붉은 원 속의 건물이다. 대웅전 좌우의 요사채 중 한 채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을 보니 기둥과 주춧돌에 맞닿은 부분에 이런 표식이 그려져 있다.


건물 아래는 이런 지렛대가 곧곧에 받쳐져 있고, 흙은 대부분 긁어낸 상태였다.


한쪽 귀퉁이엔 이런 모습의 쇠 굴림대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이 건물을 통째로 굴려서 어디론가 옮기려는 걸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일하는 분들에게 물어봤다.

과연 그랬다. 이 건물을 뜯지 않고 이런 굴림대를 이용하여 절집의 위치와 각도를 옆으로 이동하는 공사라고 했다. 그러니까 원주실과 같은 방향으로 90도 방향을 바꿔 이동시킴으로써 마당 공간을 넓히려는 것이다.


건물 아래의 흙을 걷어내고, 목조 건물 부분만 이렇게 굴림대를 이용하여 옮긴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을 보유한 이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니 방의 구들도 이렇게 모두 걷어낸 상태다. 목조만 옮긴 후 다시 구들을 깔고 방을 채울 계획인 것 같다.

어쨌든 절집을 뜯어내지 않고 이렇게 통째로 옮기는 방법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얼마 후에 가면 광산사의 건물 배치가 원래 모습과는 확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다음 스카이뷰에 나와 있는 지금 모습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그래서 이 포스트나마 기록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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