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동네 소식

눈 내린 도시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기록하는 사람 2010. 3. 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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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도시 마산에 모처럼 쌓일만큼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밤 사이 내린 눈이 온통 마산 시가지를 하얗게, 그리고 부드럽게 덮었습니다.

서울 등 중부지방 사람들이 보면 이 정도 눈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경상도에, 그것도 도시에 이만큼 쌓인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경남 사람들 중 스노우체인을 미리 준비해둔 운전자는 아예 없습니다. 이 때문에 출근길은 굉장한 혼란이 있었고, 지각도 속출했습니다. 눈에 놀란 경남도교육청은 모든 유치원과 초중학교에 임시휴업 조치를 했습니다.

그러나 혼란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처럼 본 눈을 반가워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거워했습니다.

저희가 사는 아파트 화단의 남천죽이 눈을 뒤집어쓴 모습입니다. 그야말로 설화입니다.


눈을 반기는 마산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앞으로 이런 모습을 또 몇 년이나 지나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마산 자유무역지역 후문 맞은 편에서 본 깜찍한 눈사람입니다. 젊은 여성 세 분이 합심하여 정성스레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으니 많이 쑥스러워 하더군요. 그래도 아랑곳 없이 웃으며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자 굳이 말리지는 않더군요.



바로 이 분입니다. 이렇게 진지하고 정성을 들이는 모습 때문인지 인상도 참 착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옆의 친구가 나뭇잎을 따와서 건네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세 사람이 출근길에 만난 모양입니다. 이렇게 한참동안 한 쌍의 미니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퍼지는 장면이었습니다.


합포중학교와 산호교회 앞 길입니다. 임시휴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은 여중학생들이 모자와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고 나와 눈과 놀고 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합포중학교에서 나온 남학생 두 명이 이들 여학생을 향해 눈뭉치를 던지고 잽싸게 다시 학교쪽으로 달아납니다.


여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눈을 뭉쳐 손에 들고 달아나는 남학생들을 뒤쫓아 갑니다.


헉! 여학생 한 명이 더 있었네요. 네 번째 여학생은 아예 작은 삽에 눈을 떠서 들고 남학생들을 추격합니다.


아파트 아래 주차장도 온통 아이들의 눈싸움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추운줄도 모르고 이렇게 한참을 놀았습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후문과 경남도민일보 사이에 있는 삼각지공원입니다. 출근하던 한 여성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눈 속에서 셀프카메라를 찍고 있습니다.


이 여성도 동행이 있었군요. 누군가 한 명이 이런 말을 합니다. "이왕 지각했으니 좀 더 놀다 가자."


다른 한 켠에서는 두 여성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포즈와 다양한 배경으로 귀한 눈 속의 추억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렇듯 눈이 귀한 따뜻한 남쪽도시 마산은 눈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리산에라도 올라가면 모를까, 도심 아파트에서 이런 설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몇 번이나 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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