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KBS, 사이판 정부 '천무단' 협찬 시인

기록하는 사람 2010. 2. 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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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한국방송공사)가 마침내 '천하무적 야구단'의 사이판 전지훈련과 관련해 북마리아나 연방정부의 재정협찬 의혹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BS는 아이러니하게도 '비공개 사유'를 통해 마리아나관광청으로부터 상당한 협찬을 받았음을 사실상 시인하고 말았다.

이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천하무적 야구단이 전지훈련을 사이판으로 떠난 시기적 배경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으로 한국 관광객 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이에 대한 사이판 당국(미국령 북마리아나연방)의 무책임하고도 뻔뻔한 처사가 이슈화하고 있던 무렵, KBS의 인기 연예오락프로그램 '천하무적야구단(천무단)' 팀이 사이판에 전지훈련을 갔던 것이다.

"보상해줄 제도도 없고, 책임도 없다"는 사이판 당국의 태도에 비난여론이 한창 고조되고 있던 하필 그 시기(1월 23일), 많고도 많은 '따뜻한 남쪽' 관광지들 중에서 하필 사이판으로 천무단이 인기연예인들을 데리고 간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천하무적 야구단이 하필 사이판으로 간 까닭은?

나는 당시 위의 포스팅을 통해 "'천하무적 야구단'의 사이판 전지훈련이 과연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과 전혀 무관하게 이뤄진 것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혹,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의 무책임한 대응이 한국의 인터넷과 방송에서 여론화하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사이판 정부의 교묘한 농간에 '천하무적 야구단'이 걸려든 것은 아닐까?"

마리아나관광청의 뉴스레터 일부. 인기 방송프로그램과 연계한 프로모션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그 의혹의 근거로 마리아나관광청 한국사무소가 발행한  '마리아나관광청 뉴스레터 2010년 1월호'의 내용을 소개했다. 마리아나관광청은 그 뉴스레터를 통해 "인기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한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당당히 밝혔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천하무적 야구단이 사이판으로 날아갔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시 글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은 마리아나관광청으로부터 물적 지원을 받았는지 여부와, 받았다면 그 내역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KBS는 시청자의 알권리에 속하는 이 요구를 묵살했다.

그 정도에서 포기하고 말 김주완이 아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나는 국민의 권리로 정부의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아래와 같은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한국방송 KBS2의 연예/오락프로그램인 천하무적 야구단의 1월 23~27일 사이판 전지훈련과 관련해 북마리아나 연방 정부 또는 북마리아나 관광청으로부터 받은 직-간접적인 각종 촬영 제작 편의 및 물품 또는 재정 협찬(지원) 내역 일체와 금액

-북마리아나 정부로부터 받은 편의와 협찬 내용 및 이에 조건이 명시된 계약서 사본


방송통신위원회로 청구한 이 내용은 KBS 시청자서비스팀으로 이송됐고, 마침내 11일 "출연진의 개인정보에 해당되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 통지서'가 나에게 배달됐다.


KBS 시청자서비스팀이 보내온 정보 비공개 결정통지서


이게 어떻게 '출연진의 개인정보'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따로 포스팅하겠지만, 거기에 덧붙은 '비공개 사유' 또한 가관이다. 조금 길지만 KBS가 밝힌 비공개 사유를 찬찬히 읽어보자.

비공개 사유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대상정보)제1항 제7호를 보면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음.

□  일반적으로 공사는 타법인과 계약 체결시 '비밀준수에 관한 조항'을  삽입하여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이번 마리아나 관광청과의 협찬계약서에도 '계약 체결내용과 이행과정에서 지득한 업무상 사실에 대하여 계약기간 중은 물론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비밀준수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 있음.

□  또한 공사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3항에 의거하여 공개 청구된 사항에 대하여 마리아나 관광청에 지체없이 통지하였으며, 마리아나관광청으로부터 정보 비공개 요청받았음.

□  위와 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협찬계약기간은 종료되었지만 공사는 계약 종료 후에도 비밀 준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사료되며, 만일 구체적인 계약사항을 공개할 경우  공사와 마리아나관광청의 이익을 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어 김주완님께서 청구한 정보에 대해 불가피하게 공개할 수 없음.  끝.


줄여서 쉽게 말하면 '마리아나관광청에 물어봤더니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해서 공개할 수 없음'이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여기서 드러난 명백한 사실은 △마리아나 관광청으로 협찬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협찬계약서도 썼지만 △서로 비밀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자, 이것으로 적어도 하나는 분명해졌다. KBS 천하무적 야구단은 자체 제작비만으로 사이판 전지훈련을 다녀온 것은 아니며, 그 규모나 유형은 비밀이어서 밝힐 수 없지만, 마리아나 관광청으로부터 협찬계약서를 쓰고 비밀유지 조항을 넣어야 할만큼 협찬을 받고 다녀왔다는 것이다.

또한 결과적으로는 마리아나 정부의 간교한 술책에 걸려들어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한국인의 비난여론을 희석시키고 사이판이 안전한 여행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데 공영방송인 KBS가 큰 역할을 해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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