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이한우보다 박노자가 좋은 까닭

김훤주 2010. 2. 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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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이참이네요. 저는 오늘 알았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2009년 7월 이 자리에 앉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납니다. 저는 이 사람을 이한우로 알고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이래저래 하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들은 얘기 가운데는 자기 이름과 관련된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좀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나는 원래가 독일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자연 문화 역사 등등이 좋아 대한민국으로 귀화했다. 그래서 이름도 한우(韓祐)로 지었다. '한국을(韓) 돕는다(祐)'는 뜻이다."

곰곰 생각해 봅니다. '돕기', '돕는 일'은 자기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남)에게 할 때 쓰는 말입니다. 자기자신을 향할 때는 돕는다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노컷뉴스에 나온 이한우


물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이를 돕는다'는 격언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뿌리를 서양 그리고 백인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표현조차 대한민국식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한우가 자기 새로 지은 이름 풀이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 사람은 국적만 대한민국으로 옮겼지 아직은 한국 사람이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이한우 따위 도움 따위가 없어도 그냥 잘 돌아갔고 잘 돌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 돌아갈 텐데, '우(祐)'라는 뒷글자에서는 서양 백인의 우월감-우월주의가 은근히 느껴지기도 하는군, 덧붙여 여겼습니다. '누가 도와 달랬나? 지 바람에 지가 그러면서.'

그런데 그보다 젊은 사람으로 박노자(朴露子)가 있습니다. 러시아 청년이었는데 <춘향전>에 반해 대한민국으로 유학을 왔고 와서는 결국 국적을 옮기고 귀화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처가가 제 일터가 있는 경남 마산이랍니다.

지금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말로 책도 여러 권 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진보진영은 물론 수구보수진영에서도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한우 이름을 생각하다 보니 그 끝에 박노자라는 이름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박노자'에게서는 '이한우'에게서와 같은 느낌이 없습니다. 아직 덜 익은 느낌도 없고 무슨 돕는다는 시건방짐도 없습니다.

다만 있는 것은 자기자신에 대한 간단한 그리고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의 표현뿐입니다. '(나는 이미 한국인이지만) 러시아의 아들이다. 러시아의 아들임이 꿈엔들 잊힐리야.'

단순 소박의 힘을 저는 여기서 봅니다. 덜 익음과 시건방짐을 가리고 꾸미려고 포장하는 데서 오는 '이한우'의 느끼함 따위는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제가 이한우보다 박노자를 더 좋아하는 까닭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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