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노조 간부 여러분, 지역일간지 좀 보세요

김훤주 2008. 4. 22. 12:23
반응형

'한겨레에 실린 우리 승리의 기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금 오래 된 일이기는 하지만, 2004년 12월 말 저는 '푸른내서주민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유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과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내서 나들목 통행 요금 관련 투쟁 결과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주민들이 지난 가을 내내 찬바람 불 때까지 열심히 싸운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습니다."라고 시작되는 글입니다.

이어서 "내서 나들목의 무료화는 이루어내지 못했지만 부당한 요금은 바로잡아 냈으니 절반의 승리라고 볼 수는 있겠지요."라고 하면서, 한겨레의 보도 기사 스크랩 사진을 올려놓았습니다. '한겨레에 실린 우리 승리의 기록'이라는 덧글도 붙어 있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다른 놈이 챙긴다더니……

알다시피 내서 나들목 관련 투쟁은 저희 <경남도민일보>가 같은 해 3월 23일치에서 당시 내서 지역 교통 체증 해소 대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던 남해고속도로 내서 나들목 통행이 유료라는 사실을 처음 보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요금을 거둔다는 얘기가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반응을 보였고 저희 <경남도민일보>는 4월 17대 총선에서 내서가 포함되는 마산을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대책을 묻고 보도하는 식으로 이 사안을 쟁점으로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남도민일보> 보도된 무료화 서명운동 장면

그리고 푸른내서주민회가 중심이 돼서 벌였던 무료화 촉구 서명운동이라든지 갖가지 성명들을 지면에 반영함으로써 지역의 관심 현안으로 자리 잡도록 했습니다. 그런데도 주민회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돼 있으니 저로서는 한숨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도로공사 경남본부가 내서 나들목 주민대책위원회를 경찰에 진정한 사실도 보도하는 등으로 밀착했으며 나아가 내서-부산 방면 통행 요금 평균 432.5원 내리기로 한 마지막 소식까지 12월 14일 전해 시종일관 관심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지역 주민들은 자기들 '승리의 기록'을 저희 <경남도민일보>가 아닌 <한겨레>에서 찾았습니다. 한겨레는 기껏해야 시작할 때 한 번 마칠 때 한 번 두 차례밖에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보도는 게다가 저희 <경남도민일보>보다 하루 늦기까지 했습니다. 지역 일간지를 보지 않기는 지역 주민뿐 아니라 지역 노동자들도 여간 만만하지 않습니다.

서울 일간지에서 지역은 언제나 '들러리'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바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종합 일간지'들은 지역 소식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역 노조운동도 이제는 지역 사안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서울 신문들은, 32면 40면 되는 지면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나오는 소식들로 메웁니다. 지역 소식에는 기껏해야 한 면밖에 내어 주지 않는데, 그조차 경남의 경우는 부산과 울산까지 끼워서 합니다.

여기서 지역의 소식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지역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적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데도 말입니다. 더군다나 서울 일간지들의 지역판에 실리는 소식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흥미 위주 또는 자치단체장 중심 읽을거리가 태반입니다.

이런 보기는 한둘이 아닙니다. 2004년 창원터널 통행료 문제도 그렇고 2002년 경남 지역 고등학교 보충수업비 문제도 그렇습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분신 사건도 그렇고 1999년 대우자동차 이상관 노동자 산재 비관 자살 관련 사건 보도도 그렇습니다.

서울 일간지들은 엉터리로 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았지만 저희 <경남도민일보>는 그렇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이들 가운데 우리 노동자와 무관한 사안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꼽아서 그렇지, 정색을 하고 조사를 해 보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에서조차 서울에서 발행되는 종합 일간지들이 지역 신문보다 더 많이 깔립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지역 신문 스스로가 잘못한 바도 많습니다. 지역 밀착 보도를 못한 잘못입니다.

노조 운동도 지역 밀착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많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10년 전 20년 전에는 밀착 보도를 못했지만 6년 전 5년 전 4년 전 3년 전 2년 전 1년 전 그리고 올해는 그리 못하지 않습니다. 10년 전 20년 전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잘못이 생기면 곧바로 고칩니다.

그러니까 과거에 발목을 잡히면 발전이 더딘 법입니다. 적어도 지역 또는 사업장 노조운동에서 크든작든 책임을 지는 간부라면, 경남에서 나오는 지역 일간지 가운데 지역 밀착성이 높고 노동자 또는 노동운동에 대한 이해가 깊은 신문을 하나는 골라 보셔야 합니다.

노조운동도 지역밀착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밀착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 구성원인 조합원들이 바로 지역 주민이라는 까닭도 있습니다. 또 지역 일간지에 잘못이 있을 때 노조 또는 노동자 대중의 이름으로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까닭이 되겠습니다.

다른 지부들과 마찬가지로,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는 <경남도민일보>를 노동자 대중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하는 신문이 되도록 하려고 나름대로 크게 애쓰고 있습니다. 지역 일간지의 보도는 내부 종사자들이 하는 감시와 더불어 지역 노조운동이 관심을 갖고 개입할 때 더욱 반듯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노보에 4월 21일 투고한 글입니다. 5월 중순에 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