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정부가 팽개친 국민, 우리가 보듬어 줘야죠

기록하는 사람 2010. 1. 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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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단안개가 사이판 총격사건 해결에 나선 까닭

2009년 11월 20일 마산의 학원강사 박재형(39) 씨 등 한국인 관광객 6명이 미국 북마리아나연방 사이판에서 무장괴한의 총기난사로 중경상을 입은 지 2개월이 지났다.


이 사건으로 총탄이 척추를 관통한 박재형 씨는 네 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평생 반신불수를 면치 못하게 됐다. 울산의 김만수 씨도 양팔과 가슴, 등, 머리, 손에 수없이 파편을 맞고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나 남아 있는 파편을 다 제거하진 못했다. 김 씨 또한 몸 속에 남아 있는 파편으로 인해 평생 후유증을 걱정하며 살아야 할 처지다.

그동안 병원 치료비도 수천만 원이 나왔지만, 관광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이판 정부나 여행사는 "보상해줄 제도도 없고, 법적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 사격장 화재로 희생된 일본인 관광객들에겐 새로운 '특별조례'까지 만들어 1인당 3억~5억 원을 보상해주기로 한 우리 정부는, 정작 해외에서 피해를 입은 자국민에게 "정부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인터넷과 언론에 호소해봐라"는 말만 하고 있다.

이처럼 여행사와 사이판 정부, 한국 정부가 모두 책임을 회피하자 발끈하고 나선 것은 네티즌들이었다. 그동안 이 문제 해결을 응원하고 나선 동맹블로그의 숫자만 14명에 이른다. 그들이 블로그에 발행한 기사도 60여 건이 넘었다. 최근에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도 동맹블로그 대열에 합류했다. 박재형 씨의 아내 박명숙 씨도 블로그를 만들었다. 박재형 씨를 돕기 위한 아고라 모금 청원도 이틀만에 1차 서명 500명 목표를 초과해버렸다.

피해자와 핏줄 하나 엮이지 않은 그들이 사건 해결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뭘까? 경남 진해에서 블로그 '사진으로 읽는 고향이야기' 를 운영하고 있는 실비단안개(김정숙) 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비단안개(김정숙) 님.

-피해자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 해결에 유난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계신 계기나 이유가 궁금합니다.

복합적인데요. 유난히 적극적으로 나선게 아니고, 다른 블로거들이 이 사건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다보니 돋보였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 블로거들은 시사에 약하기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며, 타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지 못한 않은 사건인데,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사화 하였기에 메타블로그인 '갱상도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회원으로 작은 힘이나마 드리고 싶었습니다.

더 말씀드리고 싶다면, 우리가 길을 가다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를 만나면 자연스레 그 짐을 받아 들듯이,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우토로 마을 살리기에도 앞장서신 것으로 아는데, 우토로 사건의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주십시오.

2005년에 우토로 마을 이야기가 (방송·언론에) 이슈화가 되었었는데, 방송과 언론은 대부분 지속적이지 못하기에 당시 우토로 토지문제를 해결 짓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카페가 2005년에 개설된 걸로 보아, 당시에도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 블로그가 막 착륙할 때였기에 블로거와 네티즌들은 우토로 이야기를 제대로 몰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2007년 우토로 마을의 토지 매매 협상 시한이 9월 말로  다시 다가오자, 일부 언론이 보도를 했으며, '아름다운 재단'이 우토로 돕기에 나섰고, 이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계시는 블로거 심샛별님이 다음 뷰(당시는 블로거 뉴스)에 '우토로에 희망을'이란 슬로건으로  송고했으며, 블로거들은 자발적으로 동참했습니다.

당시 저도 블로거 기자였으며, 그때는 에디터 제도가 있었기에 일반 블로거에 비해 베스트 블로거는 추천 점수가 1회 10점이었기에 베스트 블로거 몇 사람이 나서면 추천 점수를 쉽게 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의 정서인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뷰 편집진과 아고라, 하이픈 등 다음측에서 적극적으로 유도와 동참을 했는데, 이에 블로거 기자라면 참여를 하지않으면 이상하게 보일 정도의 분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참여 블로거는 스킨과 배너를 '우토로에 희망을'로 했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영상을 만드는 친구에게 블로그 스킨과 배너를 만들어 달라고 하여 배포하며 이웃 블로거에게 동참을 희망했고,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정부(당시 청와대 블로그까지)블로그에 참여를 희망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적극적인 블루팡오 님과 알마(현재 비공개블로그) 님 등 몇 분은 국회의원에게 편지로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외교통상부의 2008년 예산안이 수정 가결되어 30억 원의 우토로 마을 토지매입비가 책정되었습니다.(원글은 없으며 주소는 스크랩 글입니다. : http://cafe.daum.net/hope4utoro/CWsi/50 )

이에 힘을 얻어 토지매입 부족분을 매우고자 블로거와 네티즌들은 돼지저금통 깨기 릴레이와 아고라 성금모금을 하며 마음을 모았습니다. 블로거들의 활동 기간은 겨우 몇 개월이었지만, 반향은 엄청났습니다. 다음의 도움이 컸지요.

( 우토로 마지막 모금 운동 :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donation/view?id=35351)

-이번 사이판 사건 진행과정에서 아쉽거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자국민이 해외에서 피해를 입었는데, 우리 정부는 지금 너무 소극적입니다. 외국여행객 수가 증가하면서 현지 범죄에 내국인이 희생될 가능성은 앞으로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 범죄피해자 보상제도의 허점을 보완하여 우리 국민이 마음놓고 해외여행이나 연수를 가도록 해야 합니다.

YTN뉴스에 보면, 치료비와 보상 등을 사이판 당국이 책임질 것으로 본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이판 당국은 "보상해줄 제도도 없고 책임도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는데, 관광수입으로 운영되는 나라가 허술한 치안으로 여행객이 피해를 입어도 책임을 질 수 없다면  사이판을 여행대상국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사 또한 상품 판매가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신뢰를 쌓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신뢰를 잃는 것은 극히 일순간입니다. 우리나라 정부, 사이판 당국, 여행사가 박재형 씨의 치료와 보상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네티즌과 국민, 그리고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권이 바뀐 후 나타난 현상중 하나가 언론과 인터넷 통제입니다. 정부는 강하게 부인하고 싶겠지만, 촛불정국 이후 우리는 실제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 된(되어 가는) 것에 무관심해 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면 노예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저도 때때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노예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민주주의가 강탈당한 이 시대에 함께 고민하고 분노해 하며,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 해결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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