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불국사·감은사에만 있고 다른 절엔 없는 것

김훤주 2010. 1. 18. 08:53
반응형

달그리메님이 1월 8일 블로그에 '특목고처럼 불국사는 특수목적 절이었다'를 올리셨습니다. 여기서 달그리메님은 불국사와 지금은 폐사지가 된 감은사를 두고 '특수목적' 절간이라고 규정하십니다.

해당 글 : http://blog.daum.net/090418nana/178

저 또한 이런 규정에 적극 공감합니다. 저도 달그리메님이랑 많은 부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글 내용에다 하나만 좀 덧붙이고 싶어서 이렇게 한 줄 적어봅니다.

달그리메님께서는 불국사를 일러 '특목사'라 보는 까닭을 전각과 거기 모신 부처에게서 주로 찾으셨습니다.

제가 소견이 모자라기는 하지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아주 탁견(卓見)입니다. 서민풍이 아닌, 아주 고급스런 전각과 부처님만 골라 모셨거든요.

불국사 배치도. 불국사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왼쪽 위 '법화전지(址)'는 법화경 같은 경전 보관처였답니다.

불국사에서 석가·다보 두 탑을 거느리는 대웅전 석가모니불은 현실 세계와 임금을 가리킨다고 들었습니다.

옛날 다보탑 모습. 불국사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대웅전 뒤쪽 높은 데 있는 비로전 비로자나불은 알려진대로 지혜의 상징이십니다. 통도사로 치자면 대광명전에 해당되는 전각입니다.

대웅전 왼쪽 극락전은 아미타불이 있습니다. 아미타부처는 저승을 관장하시는 부처이십니다.

가장 높은 데에 있는 관음전 관세음보살은 천수천안(千手千眼)을 갖추고 모든 것을 빠짐없이 살피는 존재라고 합니다.

나중에 원효가 불교를 대중화하면서 염불만 해도 극락왕생한다고 했는데 그 염불이 바로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입니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660년대 이후 신라 불교에서 존귀하게 여겨졌던 부처와 보살입니다.

이처럼 불국사는 현세와 저승, 지혜와 모두를 알아차리는 그렇게 의미가 새겨진 부처님만 단출하게 모셨습니다.

그리고 무설전은 부처님 말씀인 경(經)을 강(講)하는 자리, 공간이었겠습니다.

이밖에는, 밭 매고 논 갈며 힘들여 일하는 무지렁이들이 드나드는, 어지간한 절간은 다 갖추고 있는, 명부전 응진전 산신각(산령각) 약사전 나한전 지장전 따위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를 두고 "불국사가 바로 힘이 있는 사람들의 전용 절이었다"고 달그리메님이 추론해 낸 것은 아주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으리으리한 연화교-칠보교, 청운교-백운교를 그것도 온통 돌로 깎아 만들었는데 이 또한 여기를 드나드는 힘 있는 이들만 위한 것이고 이런 문화재를 보더라도 거기 스며 있는 다른 무엇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덧붙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감탄해 마지 않는 훌륭한 문화유산 속에는 힘없는 사람들의 무수한 땀과 눈물과 피가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그러고도 그것을 누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그것을 만들었던 힘없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불국사를 돌아보면서 우리는 감탄을 합니다.
아 우리 선조들의 기술과 지혜가 대단했구나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진 자들의 특혜와 오만과 권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불국사는 그것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절입니다."

저는, 달그리메님도 언뜻 스쳐지나가면서 얘기를 하신 바 있고, 그리고 감은사지 관련해서는 살짝 암시를 한 대목에 대해 입질을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달그리메님의 주장이랄까 추측을 좀더 보완하고 보강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제가 다녀 본 바로는 다른 절간에는 없는 구조물이 불국사와 감은사에는 있습니다. 그것은 통도사에도 없고 해인사에도 없습니다.

불국사 회랑. 위키피디아 제공. 다른 절간에서는 본 적이 없는 구조물입니다.

제 고향 창녕에 있는 절간인 관룡사에는 물론 더욱 없고 서민풍으로 이름난 하동 쌍계사에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것은 경복궁 같은 궁전에 가면 있습니다. 바로 회랑입니다. 감은사에는 자취만 남았고 불국사는 복구를 해서 회랑을 만들었습니다.

회랑은, 신성한 공간을 구획해 주는 구실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게는 그것 말고 다른 노릇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맞지 않고 사람이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줍니다. 고귀한 신분이 아니고서는 누릴 수 없는 특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웅전 오른편에서 바라본 석가탑과 회랑. 불국사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게다가 둘 다 왕립(王立)입니다. 불국사는 법흥왕이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 했고 감은사는 감포 앞바다에 무덤을 쓴 문무왕을 위해 지어졌습니다.

이런 까닭에 저는 불국사에서는 회랑이 가장 도드라져보였고요, 감은사터에서도 저는 유홍준이 그토록 반했다는 동·서삼층석탑보다 회랑 주춧돌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