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씨알 안먹히는 세상,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기록하는 사람 2010. 1. 16. 11:06
반응형

무슨 말을 해도 씨알이 안 먹힌다. 4대 강 파헤치기도 그렇고, 세종시도 그렇고, 언론장악도 그렇다.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속된 말로 그냥 '생 까는 정부'다. 명백한 잘못을 지적해도 그냥 생 까면 그만이다. 제기되는 온갖 의혹에도 해명조차 하지 않는다.

하긴 1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나서도 꿈쩍도 않는 정부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들이 총을 맞아 인생이 무너져 내려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인터넷에나 호소해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G20 정상회의 홍보에 열을 올린다. 언론도 거기에 부화뇌동한다.

책을 읽던 중 동유럽의 독재국가 벨로루시의 아이스크림 몹을 봤다. 1994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루카센코는 지금도 대통령이다. 이 나라에 야당은 없다. 2006년 선거에서 루카센코가 또다시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되자 1만 명의 시민들이 부정선거의 결과라며 민스크의 옥티아브르스카야 광장에 쏟아져 나왔다.

선거에 앞서 모든 반대세력을 진압하겠다고 공언했던 루카센코 정부는 수백 명의 시위자들을 체포했다. 시위는 위축됐다. 경찰은 다시 시위가 벌어질까봐 감시의 눈을 번뜩였다. 2008년 한국의 촛불집회가 위축되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5월, by_mob이라는 사람이 블로깅 소프트웨어인 라이브저널에 플래시 몹을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그냥 옥티아브르스카야 광장에 나와 아이스크림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암울했다. 경찰이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사람들 몇 명을 연행해 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금은 표준이 되어버린 패턴, 즉 다른 참가자들이 디지털 사진을 찍어 플리커, 라이브저널, 기타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 모두 자료화되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앤디 카빈 같은 블로거들과 이튼 주커만처럼 기술이 사회 변화의 도구로 이용되는 사례를 취재하는 정치 블로거들이 이 사진들을 다시 유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벨로루시의 폭압적인 이미지는 민스크 너머로 멀리 퍼져 나갔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잡아 가두는 것만큼 경찰국가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장면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갤리온)에서 인용.

그래! 나도 적당한 날과 장소를 잡아 아이스크림이나 먹어야 겠다. 제기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