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블로그 컨설팅

저널리즘은 기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 2010. 1. 12. 16:00
반응형

지난 8일 KBS 1TV '미디어비평'이 '인터넷 미디어의 미래와 한계'라는 제목으로 블로그를 주요하게 다뤘다. 그런데 '미디어비평' 김성모 기자가 블로그의 '한계'라며 짚은 '공정성과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블로거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KBS미디어 비평', 블로거를 너무 쉽게 보네!(괴나리봇짐)
KBS 미디어 비평에서 한 블로그 평가는 옳았는가(달그리메)
KBS뉴스, 내 블로그보다 공정하고 신뢰도 높을까?(이윤기)
KBS 미디어비평에 나온 1인 미디어의 활약(김주완)

블로거들의 '미디어비평에 대한 비평'은 모두 타당하다. 특히 인터넷 미디어의 정의나 범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글을 싸잡아 이야기하거나, 기존 언론이 인터넷에 올린 기사까지 인터넷 미디어 범주로 취급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적절하다.

대개 블로그 또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다루는 조사·연구서들도 그 범위 설정이 제대로 안 되는 바람에 결과가 왜곡 또는 호도되는 경우도 있다.(☞몽양부활 님의 글 : 블로그, 신문보다 정확성·공정성 떨어진다? )


'미디어비평'에서 김성모 기자는 이렇게 블로그의 한계를 지적했다.

"블로그의 글들이 기존 언론매체 기사와 같은 공정성과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고, 개인의 의견이나 주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 필자 역시 '블로그는 주관 논증 저널리즘이기 때문에 객관 저널리즘인 기존 언론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비평'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글을 읽는 독자들 입장에선 별의별 블로그들이 혼재해 있는 블로고스피어에서 '저널리즘(또는 미디어)으로써 블로그'와 그렇지 않은 블로그를 구별하거나 걸러주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메타블로그들이 그런 역할을 어느정도는 수행한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따라서 그냥 일반 대중을 시청대상으로 한 '미디어비평'은 그런 독자들의 입장에서 폭넓은 범위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잘 가려서 보라는 의미에서 이윤기, 천부인권, 그리고 그들과 협업체제를 갖춰가는 '갱상도블로그'를 소개했다고 이해해줄 수 있다. 솔직히 '언론'이라는 것 중에서도 쓰레기들이 있듯이, 그보다 수천, 수만 배나 많은 블로그 중에서도 쓰레기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존 언론과 블로그를 막론하고 '저널리즘'을 가려낼 기준은 뭘까? 이와 관련해 한국언론재단 최민재 선임연구위원이 쓴 [인터넷 소셜미디어와 저널리즘](한국언론재단)이라는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인용문을 발견했다.

로젠(Rosen)이라는 사람이 2005년에 한 책에서 했던 이야긴데, 블로거는 과연 저널리스트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블로거가 환경친화적 개발을 위한 국제회의에 직접 참여하여 그 내용을 취재해 매일매일 회의 전개를 설명했다면 이는 저널리즘이다. 잡지 기자가 사실 확인 없이, 정보원에 대한 추가 인터뷰 없이 보도자료를 약간 수정하여 보도했다면 이는 저널리즘이 아니다.

블로거가 신간을 출간한 저자를 인터뷰하여 글을 썼다면 이는 저널리즘이다. 의견란을 담당하는 칼럼리스트가 특정한 방향을 지닌 잘못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사실을 조작했다면 이는 저널리즘이 아니다.

블로거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이전의 기록을 검색하고 공인의 주장이 진실이 아님을 발견했다면 이는 저널리즘이다. 기자가 정치인의 주장을 검증없이 반복했다면 이는 저널리즘이 아니다."

로젠은 저널리스트로서의 자격이 때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블로거가 저널리스트인가의 역할 논쟁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쉽게 줄여서 말하면, 언론인이라고 말하는 자들 중에서도 언론인 자질이 안 되는 이들이 있고, 블로거 중에서도 언론인을 능가하는 이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명쾌하고 재미있는 정리다. '갱상도블로그'에만 해도 이윤기, 천부인권 뿐 아니라 기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저널리스트들이 많다. 그들은 취잿감을 찾아내고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며, 글을 쓰는 능력은 물론이고, 실제 영향력에서도 기자들을 능가한다.

심지어 블로깅에 쏟는 열정과 노력마저 월급받고 일하는 일부 나태한 기자들보다 낫다면, 정녕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