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올해 첫 꿈 학교도서관을 마을도서관으로

김훤주 2010. 1. 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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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럿이 품으면 '개구라'도 현실이 된다

그래, 한 번 꿈을 꿔 보는 겁니다. 혼자 품으면 개꿈(개한테는 진짜 미안합니다만)밖에 안 되지만 여럿이 함께 품으면 현실이 된다는 '개구라'도 있지 않느냐 이 말입니다.

무슨 엄청나게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이명박 선수가 페인팅 모션(아무도 속는 사람이 없지만)을 날리고 덜 떨어진 졸개 정운찬이 총대 잡고 설치는 세종시 구라에는 견줄 수도 없을 정도랍니다.

시골 지역(이를 고상하게는 농산어촌農山漁村이라 하는 모양입니다만), 면(面) 단위마다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 초등학교, 초등학교마다에 하나씩 있는 학교도서관을 지역사회가 함께 쓰도록 하자는 얘기일 뿐이랍니다.

2. 한국의 절반은 수도권, 경남의 절반은 마산 창원 김해 진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은 서울로 대표되는 도시에 있습니다. 한 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삽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정치와 문화 행정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펼쳐지게 마련이지요.

뿐만 아닙니다. 전국 곳곳이 마찬가지지요. 영남권으로 봐도 인구의 절반이 광역시에 삽니다. 그러니 문화와 상업 같은 민간 활동도 광역시-부산·대구·울산-가 중심이 됩니다.

창원 팔룡사회교육센터 제공.


경남도, 또 경남 인구의 절반이 마산·창원·김해·진주에 삽니다. 그래서 경남도의 행정도 이들 도시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들 지역이 아닌 지역은 어쩔 수 없이 소외를 받고 마는 것입니다.

나머지 열여섯 시·군은 또 어떤가요? 군 단위 자치단체는 읍내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삽니다. 시 단위 자치단체는 도시인 동(洞) 지역에 사는 인구가 대부분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어떻게 되겠습니까?

문화시설도 읍내나 동 지역에 들어서고 복지시설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이렇게 겹겹이 곱으로 소외돼 있는 것이 바로 경상남도를 비롯한 대한민국 비수도권 면 단위 지역 주민의 실상입니다.

행정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관광적으로나(이걸 모아 말하면 '전면적으로'가 되지요), 거리도 엄청 멀고(고상하게는 '접근성이 떨어지고'라 합지요만) 돈도 많이 드는 그런 데가 우리나라 시골마을입니다. 그러니 누가 이런 데 처박혀 살려 하겠습니까.

3. 시골 마을 도서관은 헌법적 가치의 실현이다

이것을, 조그만 데서부터 한 번 바꿔보자는 꿈이지요. 공공도서관도 도시 지역에만 있지 농산어촌에는 없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얘기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마땅한 헌법적 권리의 실현을 향한 움직임입니다.

이는 단순한 소외나 박탈이 아닙니다. 지식정보 접근권과 문화 향유권을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나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 간주해야 마땅합니다.

시골 지역 학교 도서관을 지역 사회가 공유함으로써 이런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실현해 나가는 바탕으로 삼자는 발상은 그야말로 소박합니다. 돈도 얼마 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수준을 확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림을 한 번 그려보는 겁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학교마을 도서관이 실행하는 겁니다. 나이든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건강 교육도 하고 재미나는 영화도 시시때때로 틀어보는 겁니다.

다문화 이주 여성에게 한국 적응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한편으로, 다문화 이주 여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이를테면 베트남·필리핀 역사 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가동하는 것이지요.

지역사회로 나오는 학교도서관은 갖추는 장서도 달라야 하겠지요. 아이들 책과 자료뿐 아니라 어른을 위한 책과 자료가 더욱 많아져야 하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책과 영상물, 자료 등도 많이 갖춰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지역 주민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행사들도 여럿이 기획되고 실행돼야 한답니다. 그런 본보기는 마을도서관 운동 역사가 10년이 넘게 쌓여 있는 창원 등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본보기도 있습니다. 시설도 있습니다. 돈도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넉넉 잡아 한 군데 1억원이면 떡을 치고도 남습니다. 그런데 정책이 모자라고 사람들 마음이 이 쪽으로 돌아서지 않습니다. 이게 문젭니다.

4. 학교 당국도 자치단체도 운영에 개입은 안된다

학교에서 선생들이 지역 주민들을 달갑잖게 여긴다고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이들 사정 나름 이해를 하지요. 아무래도 가욋일이 될 테니 인지상정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도서관 나들 문도 따로 내고 운영도 지역 주민이 해 나가는 겁니다.

물론 전문 사서는 있어야지요. 아마 무슨 수가 날 겁니다. 원칙을 현실이 부정하는 교육 관료를 깨고 행정 관료를 깨기는 아직 힘이 달리기는 하지만. 학생을 위해서는 아침부터 사서가 있어야 하고, 주민들 위해서는 넉넉잡아 저녁 9시까지는 있어야 하지만…….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마을도서관 운영을 맡는다고요? 곤란할 것 같은데요, 어림도 없는 소리지요. 교장 입김대로 학교에서 제출한대로 거수기 노릇을 하는 때가 많으니까 말입니다. 지금 현장에서 교장은 거의 제왕과 같은 권한을 누립니다.

사서와 학교 당국 지역 주민이 적당하게 어우러지는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따로 꾸리면 될 것 같습니다. 자치단체는 뭐 하느냐고요? 물론 예산 지원입니다. 지역 주민으로 하여금 문화 향유를 하게 하는데 돈을 안 쓰면 어디다 써야 하지? 대신, 간섭은 안 돼요,입니다.

5. 6.2 지방 선거 공약 채택 운동은 어떨까요?

학교 도서관을 지역 사회와 공유하는 일 어떤가요? 좋지 않아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그리고 도시 지역 마을도서관도 언제나 썩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한 번 해 볼만하지는 않을까요?

교육과학기술부도 경남도교육청도 경남도도 가닥은 그렇게 잡고 있으니까 민간에서 이에 동의하고 동감하는 이들이 모여 운동을 벌여보면 어찌어찌 될 것도 같은데…….

아니, 그냥 작정을 하고, 지방 선거를 겨냥해서, 공약 채택운동을 벌이면 어떨까요? '면 단위마다 한 곳씩 시골 지역 학교 도서관을 지역 사회로 내놓는 일에 한 해 한 곳에 1억원씩 예산을 배정하겠다'는 공약을 후보가 하게 하는 것입니다.

2읍 12면이 있는 창녕군을 보기로 들면, 한 해 12억원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정도 돈만으로도 전문 사서를 두고 버스 운행을 하고 사람을 끌어모으고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살맛나게 해주는 지역 거점을 하나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아~~ ^.^ 저는 생각만 해도 보람이 느껴집니다.

김훤주

이어지는 글 :
도서관법 부정하는 도서관법 시행령(
http://2kim.idomin.com/1361)
학교 마을 도서관 있기는 하지만(
http://2kim.idomin.com/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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