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뉴미디어

제 밥그릇도 못챙기는 한국 신문들

기록하는 사람 2009. 12.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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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화제다. '호주머니 속의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은 단순히 '성능좋은 휴대전화' 시대가 열렸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독 한국에서만 불모지로 남아 있던 모바일 콘텐츠 유통이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본격화된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PC나 노트북, 넷북 등을 통해 소비하고 이용하던 뉴스나 블로그, 카페, 게임, 만화, 동영상, 소설 등 모든 것을 모바일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에도 휴대전화에서 그런 걸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웬만큼 성능이 괜찮은 휴대전화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데이터통신을 통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실수로 잘못 접속했다가 수십 만~수백 만 원의 데이터통신료를 물었다는 사례도 속출했다.

비싼 요금뿐 아니라 엄청나게 불편하기도 했다.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에서 인터넷을 띄우면 글자가 깨알보다 작았다. 확대·축소와 상하 좌우 이동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결코 익숙해질 수도, 성공할 수도 없는 서비스였다.

아이폰은 그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작은 화면에서 가장 최적화된 크기로 모든 걸 볼 수 있다. 스타일러스라는 바늘같은 터치펜을 사용하지 않고도 손가락 두 개로 편하고 자유롭게 모든 메뉴를 작동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데이터통신 요금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가정의 초고속 인터넷 회선료보다 싼 월 1만 원만 내면 웬만한 모바일웹 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기존의 무선인터넷이 깔린 곳에선 무제한 공짜다.

네이버는 아이폰 국내출시에 맞춰 재빨리 뉴스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모바일 뉴스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다 알만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이유는 한국의 신문사 사장과 편집국장들이 워낙 이 분야에 무식하기 때문이다. 명색이 뉴스를 팔아먹고 산다는 사람들이 뉴미디어 흐름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런 무식한 신문경영인과 편집국장들 때문에 인터넷 뉴스 시장은 포털에 다 잡아먹히고 말았다. 이미 시장을 다 빼앗기고 나서야 뒤늦게 한국신문협회 주도로 '신문포털'을 만든다고 난리를 떠는 것도 스스로 무식함을 자인하는 꼴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 새롭게 열리고 있는 모바일 뉴스 시장마저 발가벗고 포털에 갖다 바칠 조짐이다. 이미 네이버가 아이폰에 뉴스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각종 블로그 콘텐츠를 보여주는 오픈캐스트 역시 네이버 어플을 통해 아이폰에 제공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뉴스 어플의 경우, 해당 신문사가 허락하지 않고서는 네이버가 이럴 수 없다. 분명 신문사들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허락했을 것이다. 어차피 포털에 제공되고 있는 뉴스, 휴대전화로도 볼 수 있게 하는 게 뭔 대수냐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PC웹과 모바일웹은 엄연히 다른 유통수단이며 별개의 시장이다. PC웹에서 포털에 빼앗겼던 뉴스 시장을 모바일웹에도 통째로 내줘선 안 된다. 과거 1세대 스마트폰에서 PC웹 그대로의 풀브라우징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그야말로 PC웹이고, 거기엔 이미 뉴스 제공협약이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아이폰 어플처럼 모바일콘텐츠로 재가공하여 새로운 뉴스플랫폼에 제공하는 것은 별개로 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적 소송을 통해서라도 이것마저 내줘선 안 된다.

물론 아직은 모바일로 뉴스를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야말로 새로 열리고 있는 시장이다. 시장이 다 열린 후 땅을 치고 후회해봐도 소용없다. 당장 포털의 스마트폰 어플에 뉴스 제공부터 중지해야 한다. 신문사가 자체 어플을 만들든, 여러 신문이 연합하든 포털이 모바일 뉴스 플랫폼까지 장악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관련 글 : 모바일 뉴스시장까지 네이버가 장악하나
PD저널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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