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쇠락하는 도시 마산, 어떻게 살릴까?

김훤주 2009. 12. 1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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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난개발된 도시와 파괴된 환경뿐이었다. 도시의 회생을 위해 지역의 리더들은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는 데만 몰두했고 그 과정에서 마찰과 갈등은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민관 대립의 근본 원인은 도시 발전의 방향과 방식에 대한 상반된 입장에 있는 것이고, 지자체와 주민 주민 사이에 반복되는 갈등의 근저에는 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방식과 주민들의 사익 추구 행태가 가로놓여 있다.

그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안적 발전의 모색 없이는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쉽게 해소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마산의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여러 대안들을 제시하여 많은 동조자도 얻었지만 정책 담당자들에겐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였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조직의 타성과 상명하복에 익숙해온 우리의 공무원들에겐 하루아침의 대오각성이 무리한 요구라는 걸 잘 아니까."

"그동안 쏟아낸 글과 말들을 바탕으로 생각을 다시 정리해 책으로 내기로 했다. 나의 구상을 시민 모두에게 펼쳐 보이고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열린 소통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익진 경남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가 문화를 주축으로 삼아 마산을 되살리는 방안을 담은 책 <마산, 길을 찾다>를 펴냈습니다. 마산을 중심으로 지역과 지역의 발전을 향한 내용을 담은 단행본을 꾸준하게 내겠다는 '리아 프리즘 문고'의 첫 걸음이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황철곤 마산시장 덕분에 발행된 측면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마산을 살리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되풀이 되풀이 얘기했는데도, 전혀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산을 살리려면 공장이나 아파트 짓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새로 바다와 문화 술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해도 끝내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과 얘기하고 그이들에게 알려나가자는 생각으로, 이렇게 책을 펴내게 됐답니다. 그러니까 마산시장 황철곤이 이 책이 나오게 한 일등 공신이라 할만 합니다.

<마산, 길을 찾다>는 1장 머리말 2장 오늘의 마산, 퍼즐 만들기 3장 내일의 마산 퍼즐 풀기 4장 끝말 : 도시재생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짜여 있습니다. 머리말은 서 교수가 <마산, 길을 찾다>로 제안한 바가 실현됐을 경우를 가상해 그려 보인 미래 현실이랍니다.

2장은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과 냉철한 평가가 선행되고' '기존 발전 정책과 사업 및 추진 방식을 반추한 후' '도시 변화 트렌드를 검토하여' '마산의 새로운 발전 비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이랍니다. 따옴표 안은 죄다 1절과 2절과 3절의 제목입니다.

서 교수는 여기에서 △재개발·재건축 수요는 급증하지만 체계적인 도시 관리 정책은 미흡 △경제·환경·문화·교육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생활·정주를 위한 여건이 미흡 △도심 공동화 지속 △경제적 활력 회복 지지부진 △과거 영광에 집착함으로써 변화에 맞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창조적 대응 못함을 문제로 짚었습니다.

3장에서 서 교수는 재산업화 전략을 부정하고 신산업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재산업화는 몰역사적이고 환경친화적이지 못하며 지역 이기주의가 내재돼 있을 뿐 아니라 창원시에나 적합한 전략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앞날을 개척하자는 신산업화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두고 단순한 '경제와 환경의 조화'라든지 '환경 친화적 개발'이 아니라 '환경·문화 중심적 개발'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금 참조하는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판갈이를 하자는 말씀이지요.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서 교수는 '미항(美港)·수향(水鄕) 프로젝트'라 했습니다. "마산은 세계 4대 미항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양조업과 주류업의 전통과 호수같은 바다를 낀 항구"라는 여건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얘기입지요.

서 교수는 끝말에서 마산의 현실을 따갑게 한 번 더 꼬집습니다. "몸에 해당하는 경제는 정체되고 피에 해당하는 돈은 돌지 않는다. 머리에 해당하는 지도부는 창조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다수 시민들은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고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걸 껄끄러워 한다. 이래도 죽은 도시가 아닌가? 이래도 재생이 필요하지 않은가?"

참담합니다. 그러나 절망은 아니랍니다. "이제 마산은 '바닥을 쳤다'. 따라서 '희망이 없다'가 아니라 '희망만 남았다'. 꿈은 이미 있다. 실천만 남았다." 원래 희망이라는 말에서 희(希)는, '바라다'는 뜻도 있지만 '드물다'는 뜻도 있답니다. 제 식으로 헤석하자면, 드무니까 바란다, 가 아닐까 싶습니다.

10일 오후 6시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 3층 AMP강의실에서 출판기념회도 치렀습니다. 그리고 16일 저녁 7시에 저희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독자모임 강연회도 서 교수를 불러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강연회 듣고 나서 올리겠습니다.

247쪽. 8000원. 그런데, <마산, 길을 찾다>는, 일반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귀한 책입니다. 필요하시면 마산에 있는 출판사 리아미디어로 연락하셔야 합니다. 전화 번호는 055-244-2067 입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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