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강기갑 대표가 모델로 삼는 나라는?

기록하는 사람 2009. 12. 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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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사회당 등 이른바 '진보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당신들이 지향하는 사회가 과연 어떤 사회를 말하느냐는 것이다.

대개 그런 질문을 하면 추상적인 단어들이 줄줄이 나열된다. 평등과 자유, 정의, 뭐 이런 건 기본이고 '서민이 잘 사는 사회' '약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 등 좋은 말과 함께 긴 설명이 이어진다.

그래서 2007년 대선 때 권영길 후보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가 지향하는 사회체제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확히 뭡니까. 수정자본주의입니까, 북한식 사회주의입니까, 유럽형 사회민주주의나 복지국가입니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제3의 길이거나, 이것저것 다 합친 겁니까?"

2007년 11월 28일.


권영길 후보의 당시 대답은 이랬다.

"무슨 주의냐 하는 논란은 서민들에게 의미가 없다. 서민들에겐 학술적 논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살림살이가 얼마나 나아질 것이냐는 게 중요하다. 아이 키우는 문제, 공부시키는 문제, 이런 것들이 큰 걱정거리다."

그러면서 그는 '다섯가지 걱정없는 사회'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즉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교육 △공공임대주택 확대 △기초노령연금 확대가 그것이다. 여기에다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시대, 자주와 평등의 세상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창조한국당이 '진보정당'을 표방하진 않았지만 당시 문국현 후보에게도 이렇게 물어봤다.

"후보님과 창조한국당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 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향하는 사회체제가 어떤 건지, 사회주의인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나 복지국가인지, 신자유주의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3의 다른 사회체제인지, 어느 것과 가장 가까운지 말씀해달라."

2007년 11월 29일.


그 역시 확실한 대답은 하지 않는 대신 이렇게 답변했다.

"2000년에 유엔과 세계경제포럼이 합의를 했다. '20세기 개념 버리자, 그리고 새로운 21세기를 만들자'는 게 유엔지구서약이었다. 창조한국당은 이런 세계적인 큰 흐름을 앞서 소개하는 정당이다. 여기엔 재래식 이념이 없다. 부패한 보수,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개혁, 둘 다 국민 만족해하지 않고 행복해 하지 않는다. 제3의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지난 5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블로거 간담회'가 열렸다. 그날 나는 강기갑 대표가 피해갈 수 없도록 이렇게 물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진보정당이라고들 알고는 있지만, 진보정당들이 과연 어떤 사회를 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그냥 막연히 '서민이 잘 사는 나라' 같은 추상적인 설명 말고, 현존하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 중 민주노동당이 생각하는 사회와 가장 근접한 나라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2009년 12월 5일 강기갑 대표와 블로거 간담회.


이에 대한 강기갑 대표의 대답은 이랬다. 2년 전의 권영길 후보나 문국현 후보보다는 훨씬 구체적인 답변이었다. 그는 서유럽과 북유럽의 교육과 복지, 쿠바의 의료와 농업을 모델로 제시했다.


"각국의 제도나 정책들이 우리나라와 똑같을 순 없습니다. 대입이 다르게 되어야 하겠지만, 분야별로 서구유럽식 교육과 복지제도는 상당히 저희들과 지향점이 같습니다. 프랑스 노르웨이 핀란드 독일 스웨덴은 무상교육으로 채택을 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 대학진학률이 50%이면서도 대학 안 가는 사람들은 직업학교에서 전문성을 갖춰 자기 직업을 찾아가는 형태입니다. 또한 입시위주나 경쟁이 아니라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입니다. 그야말로 사회에 나와서 어떤 문제를 결정할 때 의견개진을 어떻게 하고 주변의 주장과 의견을 얼마나 잘 수렴하고 융화시키는가를 중요시하는 교육이라고 하는데, 그게 우리 민주노동당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쿠바의 경우도 무상의료제도가 상당히 진보적이고 모범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쿠바와 베네주엘라의 경우 알바협정이라고 하여 상호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베네주엘라의 석유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주고, 쿠바는 의료진을 파견하여 의료활동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또 쿠바는 농업분야에서 친환경농업을 상당히 잘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게 미국의 에너지 봉쇄에 의해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가는 계기가 되었지만 전화위복의 결과가 되었죠. 그런 의료제도나 농업정책은 우리 민주노동당의 지향과 같습니다.

또 복지제도는 스웨덴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모델입니다. 분야별로 이렇게 다양하게 추구하고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상생'입니다.

아무리 풍요롭과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그것만으로 행복하지 않다는 게 증명되고 있습니다. 옛날에 비하면 얼마나 풍요롭고 편리해졌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양극화가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기후, 경제, 정치, 그리고 수도권과 지역, 교육 양극화, 주택 양극화 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차별이 심화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차별 속에서 갈등과 다툼과 분열과 불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은 차별을 없애고 양극화를 없애고, 물이 낮은데로부터 차올라 수평을 이루듯이 우리 사회도 제일 어렵고 힘들고 가난하고 소외받고 있는 데에서부터 배려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것입니다. 그런 상생의 사회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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