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이런 교장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록하는 사람 2009. 11. 25. 14:53
반응형
어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교장선생님들에 대한 선입견은 대개 자기학교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 실적을 올리기 위해 기를 쓰는 분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이 교장선생님은 그런 제 선입견이 잘못일 수도 있음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서울 소재 명문대에 갈 몇몇 학생들에게 교육의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명문대 갈 아이들은 관리만 잘 해줘도 된다.

- 선생님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학생들은 오히려 어중간한 지대에 있는 학생들이다.

- 4년제 대학에 무조건 학생을 많이 보내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4년제를 졸업한 후에도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지 못해 전문대학으로 역류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것은 결국 중고등학교 때 교사들이 진로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학교에서 자체 발간한 '진로교육의 길잡이'라는 책자와 교사들에게 구입해 나눠준 '진로의 정석'.


- 학습지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도 있고, 학원 강사들도 학교 선생님보다 더 잘한다. 공교육에서는 오히려 진학·진로 지도가 중요하다.


-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소질, 적성을 잘 살려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다.

- 그러나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교사 이외의 직업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또한 대부분 평탄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 교사가 되었기 때문에 진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학생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가 많다.

- 그래서 교사들부터 먼저 다양한 직업군과 진로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학교가 비용을 부담해 70여 명의 교직원들에게 이에 대한 사이버교육을 시키고, <진로의 정석>이라는 책을 구입해 나눠주고 읽도록 했다.

- 자체적으로 자료를 모아 <일반계 고등학교 진로교육의 길잡이>라는 교사용 책자도 발간했다.

- 또한 교사들이 다른 직업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역경을 딛고 일어선 전문직업인들을 4회에 걸쳐 초빙하여 교사들을 상대로 강의를 듣게 했다.

- 1~2학년 학생들에게는 모두 홀랜드 적성검사를 받도록 했다.

- 그리고 학생들을 상대로 희망하는 직업군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후, 매월 1회씩 각 분야의 직업인을 강사로 초빙하여 해당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8회까지 했음)

- 3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언제든 검색해 볼 수 있도록 컴퓨터 진로지도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 내년부터는 학부모의 의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부모 대상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 매년 입시가 끝나면 학교마다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명단이 적힌 펼침막을 거는데, 우리 학교는 걸지 말라고 했다. 동창회에서 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올해도 학교에서는 걸지 않을 생각이다.

이처럼 제가 보기에는 보통 교장선생님과는 다른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인터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제가 과문해서 그렇게 보는 걸까요?

이 교장선생님이 과연 다른 분들에 비해 독특한 분인지, 인터뷰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분인지 여러분의 조언을 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