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뉴미디어

비영리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듣고 본 것들

기록하는 사람 2009. 11. 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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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재단(대표 문효은·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이라는 법인이 있다.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주주와 임직원들이 스톡옵션 및 보너스, 현금 등을 자발적으로 기부해 2001년 9월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이 재단이 비영리단체의 뉴미디어 활용능력을 키우기 위한 컨퍼런스를 열었다.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EL타워에서 하루종일 열린 '2009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에는 사전에 참가비 3만 원씩을 내고 등록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 등 350명이 행사장을 꽉 채웠다. 이번 컨퍼런스의 목적인 '비영리단체들이 미디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 변화의 원동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과 정보'를 얻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사실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비영리단체라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미디어환경을 뒤따라가기에도 급급한 단체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시의적절하고 의미있는 행사였다. 기자 또한 신문이라는 올드미디어에 종사하고 있지만, 뉴미디어를 수용하고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통한 새로운 활로 개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오던 터여서 참석하게 됐다.

2009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체인지온에는 350여 명의 비영리단체 관계자와 기업, 언론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컨퍼런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동안 모두 10개의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내용은 '비영리가 알아야 할 소셜 네트워크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에 맞게 △사회학자가 말하는 소셜 네트워크(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과학자가 말하는 소셜 네트워크(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재잘거리며 연결된다(박정남 트위터 에반젤리스트) △모바일이 가져올 변화와 미래의 생활 모습(금동우 Daum 모바일커뮤니케이션 팀장) △웹2.0 이후의 세계와의 연결을 준비하라(정진호 야후코리아 테크니컬 에반젤리스트) △소셜 네트워크로 소셜 체인징하자(박남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사용자경험전문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인류의 지혜를 말한다(정지훈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 소장) △관계를 이끌어내는 창의적 메시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박웅현 TBWA코리아 크리에이터 디렉터) △서로 연결되어 세상을 밝히는 위젯 서비스(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이사) △신뢰를 만들어내는 소셜 네트워크 속의 정보들(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이사) 등이었다.

여기서 들은 내용을 다 옮길 순 없지만, 독자들과 공유해도 좋을만한 내용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선별하여 거칠게 요약해봤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현대사회의 환경특성을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불안정한 환경이며 △세계화 △경쟁자의 급속한 진입과 탈퇴 △예측할 수 없는 기술 주기 △정치환경의 유동성 증가 △전통적 관료제의 적응성 쇠퇴로 분석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거래 비용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회에서는 '소통의 기술이 곧 권력'이라고 강조한 그는 20대 80의 법칙을 예로 들어 "소수의 핵심 콘텐츠 제공자가 다수의 활동적 콘텐츠 소비자와 안정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주요 사회기관의 신뢰도 조사결과를 소개하면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시민단체와 경찰, 대학, 노조, 종교, 언론 등이 가장 높은 신뢰도를 갖고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신뢰가 떨어졌다"며 이질적인 집단 간의 네트워크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사람들이 제각각 자유 의지로 자기 생각대로 네트워크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인간도 자연의 일정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면서 "인터넷 또한 일정한 법칙에 따라 네트워크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아주 복잡해보이는 인터넷 세상에서도 단지 몇 단계를 통해 모두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자원이 부족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는 비영리단체들에게 그런 네트워크는 굉장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자원이 부족한 비영리단체일수록 유튜브나 블로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남 트위터 에반젤리스트(전도사).


단문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 전도사를 자처하는 박정남(제이미) 씨는 이란 부정선거 등 트위터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짧고 간단하며 더 가까운 미디어인 트위터는 좋은 일을 더 빨리, 더 멀리 퍼뜨릴 수 있는 매체"라고 말했다.


금동우 다음 모바일커뮤니케이션 팀장.


금동우 팀장은 한국보다 앞서 모바일 서비스가 발전한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QR코드'라는 것을 통해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한 이력 추적과 설명을 휴대전화 속 콘텐츠로 알 수 있는 서비스가 일반화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바일 위치정보를 통해 자신이 찾아간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개별 작품에 대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줬다.


아이폰을 '인터넷 머신'이라고 부르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야구단 선수들에게 아이폰을 보급하고, 이를 통해 선수 개개인의 데이터를 제공해 경기력 향상에 성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가 아이폰을 통해 관광지 정보를 제공하거나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례도 소개됐다. 손정의 사장은 아이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PC 사용량이 1/10로 줄었다고 한다.

정진호 야후코리아 테크니컬 에반젤리스트.


야후코리아 정진호 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이 공유할수록 더 좋은 일이 생긴다"는 점을 입증했다. 1998년 웹사이트 개발용 프로그램 언어인 PHP를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으로 어렵게 깨우친 후, '다른 개발자들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개설한 'PHP스쿨'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성공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또한 그 사이트를 매각한 후 가족과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플리커 서비스에 올린 후, 한국관광공사에서 그 사진을 활용해 한국을 소개하는 책을 만든 경험이나 위키피디아에 한국의 음식과 문화유산을 알리는 콘텐츠로 활용한 경험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공유하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트위터를 통해 '이그나이트코리아'라는 행사를 열기로 한 뒤, 자발적인 봉사자들과 함께 성공적인 행사를 치른 사례를 소개하면서 "눈사람을 만들 때처럼 작은 눈뭉치를 먼저 만들면 친구들이 함께 밀어준다"고 말했다.

박남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사용자경험전문가.


워싱턴에서 크고 작은 비영리단체와 미국정부를 대상으로 인터넷 전략 컨설팅을 했던 박남호 씨는 세계 5만 개 발전소와 4000개 전력공급업체의 탄소 배출량을 시시각각으로 공개하는 비영리 사이트와 공립 학교의 학급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과 활동 비용을 모금하는 사이트 등을 소개하며 비영리단체들이 이런 사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네티즌들이 국회의원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올리면 기자들이 직접 의원에게 물어보고 그 답변을 올려주는 사이트도 소개했다. 국내 언론도 실험해볼만한 서비스였다.

정지훈 우리들병원 생명과학연구소장.


블로그 '하이컨셉 하이터치'로 유명한 의사블로거인 정지훈 우리들병원 생명과학연구소장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프로패셔널리즘이 붕괴되고 문턱이 낮아졌다며, 시간을 투자한 열정적인 개인이 프로보다 성공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 또한 공유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나눌수록 커지고 강해진다"며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으로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박웅현 TBWA코리아 크리에이터 디렉터.


인터넷과는 다소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유명한 카피라이터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이 에너지다' 등 대표적인 카피를 생산하고 있는 박웅현 씨는 '관계를 이끌어내는 창의적 메시지'는 '일상과 생활' 속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즉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라며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깊은 산속 절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여행하듯 생활하고, 생활하듯 여행하라"는 멋진 메시지를 던졌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여행 중 파리의 세느강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사흘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며, 늘상 볼 수 있는 한강에서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강도 오늘 마지막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끌어내는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강의 중 자신이 만든 여러가지 광고 동영상을 보여 줬는데, 특히 2002년 월드컵과 효순·미선이의 죽음, 그리고 촛불집회를 모티브로 한 아디다스 광고를 보던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상업광고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구나 하는 걸 깨닫고 스스로도 놀랐다"고 말했다.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이사.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이사는 광고이지만 광고 같지 않은 위젯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공익적인 캠페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위젯은 착한 일을 하는데 유용하고 인기있는 도구라면서 비영리단체에서도 이런 위젯을 활용하여 오프라인 활동영역을 온라인으로 더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이사.


싸이월드 창업자인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이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공적인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하지 못한 배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당시까지만 해도 언론에서도 미니홈피의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만 제기했지, 소셜 네트워크로써 역할에 주목한 이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당시에는 개인사진을 공유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미니홈피는 폐쇄적인 서비스로 고정됐다. 미니홈피가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통했지만 외국에는 통하지 않았다며 "세계를 사이좋에 만드는데는 실패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과 연결되는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가능성에 주목하며, 특히 30~40대의 소셜 미디어를 통한 발언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재미있었던 행사 진행

이날 컨퍼런스는 특히 인터넷 기반의 업체가 준비한 행사답게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동원됐다. 현장에서 문자나 트위터로 메시지를 날리면 행사장의 빔프로젝트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다른 행사장에서 지루하게 이어지는 대표자들의 인사말은 동영상으로 대체됐다.


참석자들에게는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 컵이 지급됐고, 손 세정제와 행사 일정을 인쇄한 노트, 쪽지 메모장 등 현장에서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기념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뷔페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각자의 자리에는 작은 메모와 함께 캔디와 초콜릿이 예쁘게 놓여 있었다.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점심은 맛있게 드셨나요? ^^ 달콤한 초콜릿과 캔디 드시고 오후 섹션도 힘!! 내세요~!! 불끈!! … 드라이 마스터 초콜릿은 어린이 노동착취 금지운동에 참여하는 아프리카 지역 카카오를 사용한 초콜릿이며, 버터 민트 캔디는 카파슐(Kapasule)의 마을로부터 공정무역을 통해 제공되는 캔디입니다."

행사 시작 때 경쾌한 음악과 함께 가장 먼저 도착한 참석자와 멀리 북경에서 온 사람,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한 사람들의 명단을 스크린에 보여 주며 일어서서 인사를 시키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편 행사를 마련한 다음세대재단아이티케너스를 통해 비영리단체의 IT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필요한 단체는 이를 통해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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