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언론노조에 정명(正名)운동이 필요하다

김훤주 2008. 4. 1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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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벌인 언론노조의 한미FTA 반대 단식농성 현장

언론노조를 산별 단일노조답게 만드는 일을 두고 대부분은 그 첫걸음이 ‘조합비’에 있다고들 말합니다. 본조와 본부.지부.분회 사이에 문서가 활발하게 돌아야 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부장 노릇을 한 해 반가량 하면서 느낀 바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조합비뿐 아니라 제 이름 부르기도 중요

조합비를 규약에 맞게 거둬서 규약에 맞게 출납을 하는 문제는 그야말로 크고도 중요하고도 시급한 사안임은 분명합니다. 본부.지부.분회들에서 급여 총액 1%를 조합비로 거둬 본조에다 통째로 들인 다음, 그 20%를 교부금으로 받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문서가 제대로 만들어져 왕성하게 유통되는 일도 물론 필수입니다.

그러나 이 조합비나 문서 유통 문제와 견줘 볼 때, 크기에서는 작고 중요한 정도에서도 하찮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 시급함만으로 따지면 앞서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이름 문제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공자 제자 자로가 물었다지요, 정치란 무엇이냐고? 이 때 공자 대답이 바로 정명(正名)-이름을 바르게 하는 일이라 했다고 합니다.

이름을 바로 쓰는 일은 다른 무엇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언론노조는 단일노조입니다. 경남도민일보노조가 따로 있고 마산MBC노조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이 같은 단위 사업장 노조들의 연합 시절은 이미 8년 전에 끝냈습니다. 지금은 산별 단일 노조로 모여 있고, 단지 일하는 사업장만 다를 뿐입니다.

물론 의식과 내용과 실질이 모두 다 그러하지는 않으며, 모자라는 구석이 많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그렇다 해도, 또는 그렇기 때문에 언론노조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더욱더 산별 단일노조에 걸맞게 활동과 의식을 가져가려고 애써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언론노조를 봅니다. 단일노조답게 이름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9월 바꾼 규약에 분명 본부장.지부장이라 돼 있는데도 ‘(본부 또는 지부) 위원장’이라 합니다. 지부나 본부에서 내는 노보를 보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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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재 위원장 강연 모습

심지어 언론노조에서 단 하나뿐인 위원장 최상재 본조 위원장조차 지부장.본부장을 일러 ‘위원장’이라 합니다. 규약 개정을 통해 ‘지부(본부) 위원장’을 ‘지부(본부)장’이라 하기로 해놓고 말입니다. 스스로 권위를 갉아먹고 위상을 해치는 반(反)조직 행위입니다.

노조 안에 또 노조가 있다니

뿐만 아닙니다. 본조에서 내는 <언론노보>에서도 잘못된 이름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노보 4월 2일치 2면 부제에 “경인‘언노’협”이라는 낱말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언론노조 경인지역 협의회’를 일컫는 말이라면 틀렸습니다. 제대로 줄이자면 ‘경인협의회’가 맞습니다. 본조 상근 간부들도 무심하게 이런 잘못을 저질러서, ‘부울경언노협’이라고도 합니다.

‘언노’가 들어가고 말고에 따른 차이가 전혀 없는 것 같지만, 아닙니다. 경인언노협은, 경인 지역에 있는 경인일보노조, 인천MBC노조, 경기일보노조, 인천KBS노조 같은 ‘독립된 언론 관련 노조들’의 모임입니다. 반면 경인협의회는, 경인 지역에 있는 경인일보지부 인천MBC지부, 경기일보지부, 인천KBS지부 같은 ‘언론노조 산하 조직들’의 모임입니다. 그러니까 언노협은, 언론노조가 산별 단일노조임을 부정하는 이름입니다.

산별 단일노조를 부정하는 이름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언론노조 소속 조직들의 분야별 또는 업종별 분과 모임들 가운데 신문통신노조협의회 방송노조협의회 민영방송노조협의회 같이 ‘노조’가 들어 있는 것은 죄다 그렇습니다. 지역방송협의회 인쇄협의회 지역신문위원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민주노총 소속인 금속노동조합은 그렇지 않습니다. 업종 분과 모임이 셋 있는데, 이를 일러 금속노조 자동차노조위원회, 조선노조위원회, 철강노조위원회라 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있는데 무슨 노조가 또 나오느냐는 것입니다. ‘본조’라는 말도, 별도로 노는 상급조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해서 금속노조는 이조차 아예 안 쓴다고 합니다.

앞에 말씀드린 대로, 언론노조가 산별 단일노조답게 가는 데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분명 조합비 통일 처리라든지 정확하고 활발한 문서 유통 등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이름을 정확하게 쓰는 일이 쓸데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름이 할거하면 조직도 할거한다

아시다시피 언어라는 것이 나름대로 사고결정력(思考決定力)이 있어서, 할거(割據)하는 이름을 쓸수록 조합과 조합원의 할거하는 경향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규약을 개정해 이를테면 지부 위원장을 지부장으로 한다든지 해서 이름을 산별 단일 정신에 걸맞게 바꾸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언론노조가 출범 이래 처음으로 명실상부한 산별 교섭을 추진하는 이 마당에, 일개 지부장으로서, 교섭력과 단결력을 강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한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우리 위원장이 저를 부를 때 “김 위원장!” 하지 않고 “김 지부장!”이라 하면 더 행복하겠습니다.

김훤주(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 <언론노보> 4월 16일치에 실린 글입니다.
※ 직책을 넣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만, 이 글은 직책을 걸고 썼기에 예외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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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지음 | 전국언론노동조합 펴냄
한국언론의 편향적인 보도와 왜곡, 오보,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태도 등의 비사실성과 불공정성을 드러내고 있는 실상을 바로잡기 위해 쓰여진 글로 언론의 도덕적 헤이를 질타하며 언론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의 본래 의미는 정치권력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주시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알리며, 이 문제에 대한 대안까지 살펴보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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