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시장 후보들에게 짓궂은 질문해보니…

기록하는 사람 2009. 10. 1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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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에서 마산시장 출마를 준비중인 사람에게 마산·창원·진해 또는 함안과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은 상당히 짓궂은 질문이다. 인근 도시와 통합이 결정되면 그들이 준비해온 마산시장 선거에 상당한 변화 또는 차질이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 후보들이 대놓고 통합에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통합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여론이 상당히 높은 상태에서 자칫 반대입장을 밝혔다간 '자기 욕심을 위해 저런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찬성하는 시민들에겐 표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입장을 알면서도 굳이 묻고 싶었던 것은 공직에 뜻을 둔 준 공인으로서 지역의 최대 이슈에 대해 그들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기록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이 질문에 그들이 어떤 슬기로운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동안 자·타천으로 출마가 예상되어왔던 인사들에게 전화로 물었다. 마창진함 통합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황철곤 현 마산시장도 통합이 성사되면 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굳이 물을 필요는 없었다. 현재 마산시의 입장이 곧 그의 입장이라고 보면 되기 때문이다.

출마예상자들은 대부분 '통합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은 있지만, 그걸 굳이 말하게 되면 선거와 결부시켜 생각할 것 같아 그동안 말을 아끼고 있었다'며 조심스럽게 생각을 털어놨다. 과연 누가 가장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는지 행간을 잘 비교해서 읽어보시면 흥미로울 것이다.

김오영

◇김오영 경남도의원 =
나는 마산이 운명적으로 창원과 통합되어야 한다고 본다. 행정구역 통합은 지역경쟁력과 국가 발전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단체장의) 입장에 따라 진행되는 통합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함안과 통합은 별 의미가 없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마창진 통합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그걸 전제로 함안과 통합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자율통합으로는 어렵고 정부가 국회에서 빨리 법률을 제정하여 법적 근거를 갖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태일

◇이태일 경남도의회 의장
= 마산 시민 입장에선 (통합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경남도 전체의 균형 잡힌 생각도 해야 한다.

따라서 경남도 전체를 놓고 그림을 그리는 용역을 먼저 진행한 후 검토해야 한다.

아직 국회에서 법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안전부가 밀어부치듯 통합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전수식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
= 생활권이 같고 주민이 원한다면 합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자유선진당 안처럼 전국 자치단체를 60~70개로 나눠 기초단체를 광역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방안이 있는지 큰 틀에서 기본설계를 갖춘 후, 장단점을 따져보고 주민의 뜻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 지금도 17대 국회 때부터 있었던 행정구역 개편 특위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런 기본 설계도 없이 대통령의 8·15 경축사 한 마디로 이렇게 법석을 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행정구역 통합은 이해관계에 있는 정치인이 주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주민들이 장단점을 따져보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 추진되어야 한다.

정광식

◇정광식 마산시의원
= 개인적으로는 마창진이 통합하여 서로의 장점을 갖고 윈-윈으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

그러나 통합은 그야말로 주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자율적인 통합이어야지, 관에서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허정도

◇허정도 전 경남도민일보 사장
= 지형이나 도시공간적 측면에서 보면 창원·진해와 통합도 좋지만, 마산만 놓고 본다면 함안과의 통합도 괜찮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어떤 형태로든 통합이 되어 마산에 새로운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러나 너무 서두를 것이 아니라, 마산이 놓인 처지를 면밀히 분석하여 어떤 게 가장 바람직한지를 차분하고 진지하게 논의하여 선택해야 한다.

무조건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마치 그동안의 모든 잘못을 합리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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