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추석 황금들녘, 태극기, 그리고 농민의 한숨

기록하는 사람 2009. 10. 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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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라 고향 남해에 와 있습니다. 올해는 이렇다 할 태풍 피해도 없어서인지 벼가 유례없는 풍작입니다. 농촌 들녘 어느 한 군데도 쓰러진 벼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누렇게 익은 벼가 황금들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은 특히 10월 1일 국군의 날,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이 끼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집집마다 태극기가 착실히 걸려 있습니다. 요즘 도시에서는 웬만한 국경일이라도 태극기를 내거는 집을 별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골에는 이렇게 국경일이 되면 집집마다 어김없이 태극기가 휘날립니다.

이번에는 면사무소에서 마을 스피커를 통해 '10월 1일부터 9일까지 태극기를 게양하라'고 방송을 했다고 하는군요. 그 방송에 따라 농민들은 한 집도 빠짐없이 이렇게 대나무를 묶어서라도 태극기를 집앞에 걸었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농촌에도 추석을 맞아 아이들이 찾아왔다. 자전거 장바구니에 탄 아이의 모습이 이채롭다.

추석과 함께 국군의 날과 개천절, 한글날을 맞아 농촌마을 집집마다 태극기가 걸려 있다.

따로 국기게양대가 없는 집은 이렇게 대나무를 세워 태극기를 걸었다. 참 착한 대한민국 농민들이다.

누런 벼로 뒤덮힌 농촌 들녁. 그러나 쌀값은 대폭락했다.

추석 대목장에 푸성귀를 팔러나온 노인의 깊은 주름살이 세월의 풍상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한 농촌 아낙네가 시장바닥에 앉아 밤을 깍고 있다. 옆에 누워 있는 지팡이로 보아 걷는 것도 자유롭지 못한 듯 하다.


유례없는 풍년에다 한가위, 그리고 국경일도 세 개가 겹쳤으나 노인들이 대다수인 농민들은 우울하기만 합니다. 대북 쌀 지원 중단의 여파인지, 정부의 농업정책이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쌀값이 크게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자고 나면 모든 게 오르기만 하는 요즘, 쌀값은 오르기는 커녕 그나마 인건비도 건질 수 없던 가격이 폭락하기까지 했으니 농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황금들녘을 보면서도 풍요로움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은 추석을 맡아 고향을 찾은 농민의 자식 대다수의 마음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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