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 고향 남해에 와 있습니다. 올해는 이렇다 할 태풍 피해도 없어서인지 벼가 유례없는 풍작입니다. 농촌 들녘 어느 한 군데도 쓰러진 벼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누렇게 익은 벼가 황금들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농촌에도 추석을 맞아 아이들이 찾아왔다. 자전거 장바구니에 탄 아이의 모습이 이채롭다. 추석과 함께 국군의 날과 개천절, 한글날을 맞아 농촌마을 집집마다 태극기가 걸려 있다. 따로 국기게양대가 없는 집은 이렇게 대나무를 세워 태극기를 걸었다. 참 착한 대한민국 농민들이다. 누런 벼로 뒤덮힌 농촌 들녁. 그러나 쌀값은 대폭락했다. 추석 대목장에 푸성귀를 팔러나온 노인의 깊은 주름살이 세월의 풍상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한 농촌 아낙네가 시장바닥에 앉아 밤을 깍고 있다. 옆에 누워 있는 지팡이로 보아 걷는 것도 자유롭지 못한 듯 하다.
이번 추석은 특히 10월 1일 국군의 날,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이 끼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집집마다 태극기가 착실히 걸려 있습니다. 요즘 도시에서는 웬만한 국경일이라도 태극기를 내거는 집을 별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골에는 이렇게 국경일이 되면 집집마다 어김없이 태극기가 휘날립니다.
이번에는 면사무소에서 마을 스피커를 통해 '10월 1일부터 9일까지 태극기를 게양하라'고 방송을 했다고 하는군요. 그 방송에 따라 농민들은 한 집도 빠짐없이 이렇게 대나무를 묶어서라도 태극기를 집앞에 걸었습니다.
유례없는 풍년에다 한가위, 그리고 국경일도 세 개가 겹쳤으나 노인들이 대다수인 농민들은 우울하기만 합니다. 대북 쌀 지원 중단의 여파인지, 정부의 농업정책이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쌀값이 크게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자고 나면 모든 게 오르기만 하는 요즘, 쌀값은 오르기는 커녕 그나마 인건비도 건질 수 없던 가격이 폭락하기까지 했으니 농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황금들녘을 보면서도 풍요로움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은 추석을 맡아 고향을 찾은 농민의 자식 대다수의 마음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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