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외지인이 미리 본 여수엑스포 먹·볼거리

기록하는 사람 2009. 8. 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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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2일부터 3개월동안 열릴 예정인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가 지난 12일로 D-1000일을 지났다. 하지만 경남에 살고 있는 기자로선 1000일이란 날짜가 아직은 먼 훗날로만 느껴진다.

여수시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경남과 바로 인접한 도시다. 그래서 개최지인 여수 다음으로 큰 혜택을 볼 지역이 경남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전망일뿐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차에 마침 민간기구로 꾸려진 여수시준비위원회(대표공동위원장 김광현)가 박람회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국의 블로거 24명을 초청했다. 기자 역시 블로거의 일원으로 참여해 엑스포가 열릴 여수신항과 오동도 일대를 둘러보고 준비위 관계자와 공무원들을 만났다.

여수엑스포가 열릴 행사장 조감도.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25만㎡의 전시장이 조성될 여수시 수정동 신항과 오동도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경남 남해군 서면과 남면을 바로 마주보고 있는 곳이었다. 사촌해수욕장이 있는 남면까지 직선거리로 6㎞ 정도에 불과하고, 힐튼 남해컨트리클럽이나 남해스포츠파크까지도 8~9㎞ 남짓한 거리였다. 게다가 엑스포 행사장에서 보면 육안으로도 산과 해안이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자동차를 이용해 육로로 거기까지 가려면 하동과 광양, 순천을 뺑뺑 돌아 무려 130㎞가 넘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남해군이나 경남도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뻔하다. 여수엑스포를 보러 온 관광객이 거기서 바로 배를 타고 남해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남해군은 최단거리인 서면 염해리와 여수시 상암동(4.2㎞)을 연결하는 '한려대교'를 건설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2012년까지 완공은 불가능하다.

오동도에서 본 맞은편의 남해군.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렇다면 결국 스포츠파크가 있는 서면 서상항에 엑스포 기간동안 운행될 크루즈도 댈 수 있도록 접안시설을 보강하고, 그 기간만이라도 카페리 여객선을 운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서상항뿐 아니라 남해대교가 있는 노량이나 상주해수욕장, 그리고 사천과 통영, 거제까지 카페리를 운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여수엑스포 행사장 조성계획을 보면 바로 현지에 크루즈와 여객선터미널이 함께 조성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현재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엑스포가 열리는 3개월동안 총 관람객 수는 무려 800만 명에 이른다. 실제 1993년 대전엑스포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1400만 명이 관람한 것만 봐도 이같은 예측이 영 엉터리는 아닐 것이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대전과 달리 한반도 남쪽에서 열리는 여수엑스포의 경우, 서울과 중부지방에서 오는 관람객은 당일치기보다 최소 1박 2일 이상의 일정을 짜고 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인근지역의 연계관광상품과 코스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거북선을 건조했다는 선소유적. 생각보다 작은 규모와 초라함에 놀랐다.


사실 이번에 블로거들을 초청한 여수시준비위원회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라는 사도와 거문도, 백도 등 섬은 거리와 시간만 따져도 남해군보다 훨씬 멀고 각각의 연계 및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즉 사도, 거문도, 백도 중 한 곳을 선택해 방문할 수는 있어도, 하루만에 세 곳을 모두 구경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한 군데만 배를 타고 들어갔다 나오는데 꼬박 하루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수에서 남해군으로 이동했을 경우, 군내에 있는 여러 관광지를 하루에 다 볼 수도 있으므로 비용과 시간 대비 관광효과가 훨씬 높다. 마찬가지로 남해를 거쳐 하동이나 진주를 관광한 후 바로 귀가할 수도 있는 이점이 있다.

문화유산으로 전라좌수영이 있었던 곳에 진남관이 있고, 거북선을 건조했다는 선소 유족이 있지만, 진주성이나 통영 제승당에 비해 규모나 볼거리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여수시는 대체 왜 지금까지 진주성처럼 좌수영을 복원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웠다.

멀뚱히 건축물만 서 있는 전라좌수영 터의 진남관. 왜 좌수영을 온전하게 복원하지 못했을까?


또한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지역의 특산 음식이다. 여수의 경우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간장게장과 돌산갓김치가 있지만, 그건 식사 때의 반찬 중 하나일뿐 독립적인 요리 메뉴가 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솔직히 기자의 주관적인 입맛으로는 돌게를 쓰는 여수 간장게장의 경우, 서울·경기나 중부지방의 꽃게 간장게장보다 가격경쟁력은 있을지언정 맛의 경쟁력에서는 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꽃게장의 경우 온전한 게의 모습을 유지한 채 손님이 먹기좋게 손질까지 하여 넓은 접시에 내놓는다. 그러나 여수 간장게장은 아래 사진처럼 그냥 밥그릇 같은데 담아 준다. 하모(갯장어) 샤브샤브도 있지만 한 철 음식이다.


따라서 여수시는 지금부터라도 간장게장의 맛과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물론 새롭고 다양한 향토음식 개발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먹어봤던 돗병어회만 하더라도 충분히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데 말이다.

여수 간장게장(위)과 돌산갓김치.


어쨌든 이에 비해 요즘 뜨고 있는 경남 남해 서상의 물회나 생멸치를 이용한 각종 요리, 그리고 진주비빔밥과 냉면, 육회, 진주장어구이, 마산 통술 안주와 아귀요리 등은 전국에서 몰려들 미식가들에게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현재 여수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정부에는 '2012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위원장 강동석)가 구성돼 있고, 전남도 지원단과 전남범도민지원협의회, 그리고 여수시 지원과와 여수시준비위원회 등이 있다.김태호 경남도지사도 조직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박람회의 명칭이다. 비록 행사장이 여수이긴 하지만, 국가 차원의 국제행사이고, 인근 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성공할 수 있는 행사인만큼 좀 더 폭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명칭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27일 여수엑스포유치위원회 정찬용 부위원장(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여수엑스포를 여수엑스포라 하는 순간 망한다"면서 '남해안엑스포'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엑스포 무대를 여수만 아니라 남해안 전역으로 넓혀야 엑스포가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엑스포가 영·호남 화합에도 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여수에서 먹어본 것 중 돗병어회가 가장 좋았다. 이건 내가 사는 경상도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어종이다.


지금이라도 명칭을 바꾸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면 각 자치단체간 협의기구를 더 활성화시키는 한편 경남도 역시 부산처럼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엑스포 성공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이미 지난달 공공기관과 경제계, 학계, 언론계, 관광업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2012 세계박람회 부산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여수엑스포 실무 3인방, 남해안 상생을 말하다

22일 여수에서 3명의 여수엑스포 관계자를 만났다.

민간기구로 시민참여 붐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여수시준비위원회 이상률 집행위원장(아름다운가게 광주·전남공동대표)과 여수시지원단 이경우 과장, 그리고 준비위원회에 파견나와 있는 김상태 계장 등이었다.

왼쪽에부터 이상률 집행위원장, 이경우 지원과장, 김상대 계장.


이상률 집행위원장은 "이번 세계박람회가 비록 열리는 장소는 여수이지만, 여수만의 것이 아니다"면서 "여수와 인접한 경남이나 부산시,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발전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경우 지원과장은 "경남의 남해·하동군과 진주·사천시 등에서 연계관광코스 개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부산시도 광역단체로선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태 계장도 "수많은 관람객이 단지 여수 한 곳만 보고 오진 않을 것"이라면서 "박람회 성공을 위해 구성된 자원봉사자 모집에 경남과 부산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본 결과, 경남의 경우 아무래도 부산시에 비해 적극성이 좀 떨어진다는 뉘앙스를 받았다. 부산의 경우 이미 민·관협의기구까지 만들었고, 국립해양박물관을 엑스포 시기에 맞춰 동시개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한 순천시도 엑스포 개최 다음해인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경남은 아직까지 그들의 눈에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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