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추어탕 싫어하는 이도 좋아하는 추어탕집

기록하는 사람 2009. 7. 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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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추어탕을 별로 즐기진 않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육고기나 생선회가 실증이 날 무렵엔 종종 찾는 추어탕집이 있습니다. 마산 산호시장에 있는 은혜추어탕인데요.

산호시장은 사실 인근에 생긴 홈플러스나 신세계백화점 때문에 거의 쇠락해가고 있는 재래시장이지만, 이 시장 안의 은혜추어탕집은 항상 사람들이 붐비더군요. 그만큼 입소문이 난 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추어탕을 즐기지 않는 제가 이 추어탕집을 자주 찾는 이유는 함께 따라 나오는 밑반찬들 때문입니다. 주인아주머니 손맛이 좋아서인지 밑반찬들이 하나같이 맛있습니다. 고등어조림도 간이 딱 맞고, 강된장도 호박잎쌈을 싸먹기에 딱 좋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크게 나오지 않았지만, 그날그날 바로 담근 듯한 생김치는 이 집 말고는 맛볼 수 없는 겁니다. 김장 담글 때 어머니가 주욱 찢어서 입에 넣어주는 바로 그맛입니다.

또한 도토리묵도 나름대로 찰지고, 젓갈이나 가지무침 등도 마치 집에서 먹는 그맛입니다. 특히 계란찜은 대개 싱겁기 십상인데, 이 집은 쓴 간장이 맛있어서인지 특이하게 감칠맛이 납니다.

저는 그래서 대개 이 집에서는 추어탕에 밥을 말아먹지 않고, 밑반찬과 함께 밥을 먹습니다. 추어탕은 그냥 국물과 시래기 정도 먹는 편이지요.(그렇다고 이 집 추어탕이 별로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추어탕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보면 한결같이 맛있다고들 합니다.)

특히 호박잎쌈에 강된장이나 젓갈을 얹어 싸먹는 걸 특히 좋아합니다.

이 집은 또한 동동주가 특히 좋은데요. 가게에서 파는 마산 생막걸리에 비해 달지 않고 막걸리 특유의 향이 살아있는 게 제 입맛에 딱 맞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받아올 때 주전자 주둥이로 훔쳐먹던 그 막걸리 맛이 납니다.

하지만 이 집에서 추어탕을 먹으면서 막걸리 한되를 시키면 배가 불러 다 먹지 못하고 남기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반되만 시킬 것을 권합니다. 메뉴판에는 한되(5000원)만 표시되어 있지만, 반되를 시켜도 줍니다. 막걸리를 마시는 게 목적이라면 추어탕은 시키지 말고 명태전이나 미꾸라지튀김과 함께 시키는 게 좋습니다.

계란찜이 희한하게 감칠맛이 있습니다.

고등어 조림입니다.

막걸리 반되를 시켰습니다. 그러나 약 2/3되를 줍니다.

저는 호박잎쌈을 특히 좋아합니다.

재래시장 안에 있는 식당치고는 비교적 깨긋하고, 서비스도 친절합니다.

은혜추어탕(055-241-1441) 외관입니다.


대형마트로 인해 떠나고 있는 재래시장 손님들을 마지막까지 붙들어주고 있는 은혜추어탕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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