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북한'과 '남조선' 둘 다 폐기되기를...

김훤주 2008. 4. 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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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우리 사는 반도(半島)의 남쪽과 북쪽이 다같이 시끄럽습니다. 남쪽 합참의장이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뜻하는 발언을 했고, 북쪽은 이를 비판하는 거친 논평을 내었으며, 남쪽 신문과 방송은 이를 받아 다시 크게 보도했습니다.

북쪽 논평, 대서특필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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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 이런 것들은 지나친 반응입니다. 선제공격 발언은 충분히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지만, 그 연장선에서 1일 나온 북쪽 조선노동당 기관지의 ‘논평원 글’은 오늘 아침 남쪽 신문에서 대서특필할 필요가 없습니다.

논평원은 경제협력 중단 같은 구체 프로그램은 말하지 않았고, 남쪽 대통령을 ‘역도’(逆徒)라고는 했어도, 겨우 “두고 보겠다.”, “용납 않겠다.”고만 했습니다. 그러니 “조선노동당 기관지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전에 쓰던 표현을 지금 대통령한테 썼다.”고만 했으면 알맞으리라 봅니다.

호들갑스럽다고나 해야 할 지나친 반응의 근본 까닭이, 남북 모두가 상대방 정권을 두고 자기네 영토를 불법 점령한 집단이기 때문에 척결해야 한다고 보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인식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언제 한 방 날릴지 모르는 상대’인 셈입니다.

물론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총과 대포와 미사일과 핵의 맞섬을 어찌 몇 마디 말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만, 조금은 뜬금없고 많이는 어쭙잖으나, 남과 북 모두가 상대방에 대해 쓰는 말글부터 한 번 바꿔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려봅니다.

‘북한’ ‘남조선’ 쓰지 않고 ‘조선’ ‘한국’이라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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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쓰는 ‘북한’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쓰는 ‘남조선’이라는 말글이 그것입니다. ‘북한’은 ‘남한’의 짝이 되는 말이며 ‘남조선’과 ‘북조선’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자신과 독립해 있는 별개 존재임을 부정하는 낱말들입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북쪽이고, 북한 김정일 ‘도당’은 대한민국 영토의 북쪽을 불법으로 지배하는 집단입니다. 남조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부분이고, 남조선 이명박 ‘역도’(役徒) 또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의 남쪽을 무단 점령한 집단일 뿐입니다.

이렇게 일러야 할 근거가 사실은 많지 않습니다. 두 ‘나라’의 헌법에만, 그 헌법의 영토 조항에만 그리 돼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당대를 사는 사람들조차 대부분이 둘 다 사회 경제 정치 체제가 다르고 통치력이 미치는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고 인정합니다.

국제 사회도 이를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17년 전인 1991년 9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연합(UN)에 동시 가입하도록 승인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이로써 ‘한 겨레 두 나라’임이 세계적으로 공인됐습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부를라치면 당연히 나라 이름을 써야 하지 않습니까? 비록 전쟁 당사자였고 지금껏 휴전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해도, 상대방을 자기 영역 일부를 무단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 담긴 표현을 쓰면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 개연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남쪽은 북쪽을 일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이라 하고 북쪽은 남쪽을 두고 대한민국(한국)이라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서로를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더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남북 관계를 두고도, 같은 겨레라 생기는 민족 문제 측면에만 매달려지지 않고, 한국과 조선이라는 두 나라의 체제가 서로 달라 생기는 체제(또는 국제) 문제 측면에도 눈길이 주어지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나아가 사람들 특히 좋아하는, ‘다른 나라도 다 그렇게 한다더라.’ 하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출 수 있습니다. 유엔에서는 대한민국 Republic of Korea-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고만 하거든요.

이렇게 상대를 객관화하는 이름을 쓰도록 하는 데 남북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정권에 대해 좀더 자유롭다는 남쪽의 보도 매체가 앞장서 보면 어떨까 여겨 봅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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