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블로그 컨설팅

지역별로 조직화하는 블로그 게릴라들

기록하는 사람 2009. 7. 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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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강의 요청이 종종 들어온다. 신문사나 방송사 기자들을 상대로 한 것도 있지만, 시민단체나 노동단체도 있다. 내용은 물론 블로그 운영에 관한 것이다. 블로그가 뭔지, 홈페이지와는 어떻게 다른지, 블로그로 뭘 할 수 있는지, 블로그 글쓰기는 어떻게 하는지, 방문자를 늘리는 비결은 뭔지, 블로그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 뭐 그런 내용이다.

대략 작년 늦여름부터 이런 강의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올해 들어 두드러진 현상은 각 지역별로 블로그를 통한 시민들의 조직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전남 여수의 경우, 알음알음 자발적으로 모인 여수시민 100여 명이 블로그를 통해 지역 언로(言路)를 트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미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사회를 향한 발언을 하고 있었고, 이들 블로그를 하나로 묶어줄 메타블로그 개설 및 운영자금 2100만 원도 확보해놓고 있었다.

7월 3일 블로그 강좌에 모인 여수 사람들.


그들의 목표는 블로그 지역공동체 '넷통'을 구축하여 여수시민 30만 명 중 적어도 5만 명 이상을 조직하겠다는 것이었다. 1인당 100만 원씩 스물 한 명이 2100만 원을 모았다는 것도 대단하다 싶었는데, 200명으로부터 2억 원을 만드는 게 최소목표라고도 했다. 게다가 그들은 자체적인 블로그 교육과 병행하여 월 1~2회 외부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있는데, 강사료는 물론 뒤풀이 비용도 종잣돈을 손대지 않고 회원의 자발적 후원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른바 '운동권'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가 계속 늘고 있었고, 연령대도 50대를 주축으로 30·40대, 60대는 물론 70대까지 포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농민·주부·교사·금융인·수산인·종교인·회계사·변호사는 물론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연주자까지 직업도 다양했다.

중요한 건 그들의 목표가 결코 꿈으로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블로그는 생리상 한 명이 최소 다섯 명 이상의 주변사람을 끌어들이게 돼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내 블로그 초대장을 통해 새로 블로그를 개설한 사람만 해도 82명이다.

100명이 다섯 명씩만 추가해도 500명, 500명이 다시 2500명을 만들고, 그들이 1만 2500명이 되는 건 시간 문제일뿐이라는 것이다. 블로그 지역공동체는 이들 지역 블로그들을 하나의 메타블로그로 묶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블로그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실험도 가능하다.

전남 여수뿐만이 아니다. 부산에서도 지역블로거들의 조직화가 이미 이뤄지고 있고, 대전·충청과 경남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또 이런 지역별 공동체뿐 아니라 분야별 블로그 네트워킹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시민저널리즘을 뛰어넘어, 그보다 훨씬 촘촘해진 개인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가 확대, 정착하게 되면 현재 신문과 방송, 그리고 포털을 통해 이뤄지던 대중의 뉴스 소비패턴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지금도 다음뷰(Daum view)나 올블로그(Allblog)만 보면 신문·방송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뉴스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편적인 사실만 전달하는 따분하고 건조한 신문·방송의 스트레이트 기사는 모바일을 통해 이따금 확인하는 용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신문은 물론 방송도 이미 뉴스와 정보분야에선 올드미디어가 되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뉴스 소비패턴의 변화와 뉴미디어 시장에 대한 연구와 개척은 커녕 이미 올드미디어가 되어버린 신문과 방송을 인위적으로 접붙이는데에만 사활을 건 듯하다. 덩치만 키우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 발상이 한심하고 걱정스럽다.

※이 글은 < PD저널 > 최근호에 쓴 것이다. 월 1회씩 '김주완의 지역이야기'라는 고정란에 칼럼을 쓰기로 했는데, 그 첫번째 글이다. 첫번째 글 치고는 참 마음에 안드는 글이지만, 지역의 이런 흐름을 전하는 것도 뭐 나쁘진 않을 것이라 자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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